메뉴 건너뛰기

KT새노조 홈페이지(Old)

자유게시판

[세상 읽기] 대장들 / 이계삼

한겨레칼럼 2012.03.30 19:38 조회 수 : 4778

이계삼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수많은 대장들이 선거에 출마했다
시대는 그들에게 수없는 청구서를
들이밀었으나, 언제나 외상이었다

최홍재. 그는 내 대학 1학년 시절 총학생회장이었다. 연설하다가 흥분하면 허공을 향해 장하게 목을 꺾고는 “청년 학도여~”라며 벼락처럼 울부짖었는데, 그사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그는 이제 청년 극우파의 기수가 되어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이인영·우상호·박용진은 학교 다닐 때도 대장이었고, 지금도 대장이다. 그들은 최홍재처럼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그 고무신으로 우리를 후려패지는 않았으나, 지난 십수년간 대장 노릇 하면서 거둔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보면서 나는 옅은 탄식을 내질렀다. 정진후, 당선 안정권이라는 4번을 꿰찬 전교조 위원장 출신의 교육운동가. 그가 전교조에서 수석부위원장·위원장으로 대장 노릇 하던 시절, 나는 전교조 일선 활동가로 살면서 일제고사든 학생인권이든 아이들을 위해 나서 싸워야 하는 일에 대해 조합원들의 정서와 정권의 탄압을 운운하며 직접행동을 가라앉히는 것에만 골몰하는 무력하기 짝이 없는 전교조 지도부를 보며 분노를 삼켜야 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보다는 조직이 조·중·동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것을 두려워했으며, 20년 역사의 월간 <우리교육>이 졸지에 납품을 위해 연명하는 무가지로 전환되게 하는 일을 주도했고, 끝내 구조조정으로 모든 기자가 사표를 쓰고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침묵과 묵인으로써 방조했다. 대장의 역할은 그저 조직을 탈 없이 굴려 가는 것임을 그는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조직이 생기를 잃고 식물이 되어 가든, 거기에 의탁된 아이들의 고통과 죽음이 어떻게 배반당하든 상관없이.

 

손수조, 이 스물일곱살 정치신인은 자신의 오류와 말바꾸기를 들춰내는 이들을 ‘자객’이라 표현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대선배가 위로해주고, 여왕께옵서 두 번이나 내려와 등을 토닥여주니 눈물이 났을 것이고, 그 뒤끝에 한마디 내뱉는다는 것이 불쑥 자객이라고 해버린 것일 게다. 그런데 자신을 ‘꽃놀이패’로 지칭하는 당직자에게는 왜 분노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자의식이 없는 것일까. 그이도 고등학교 시절 대장이었고, 이제는 청년세대의 대장으로 거듭나려 하지만, 전세금 3000만원은 고사하고 한 끼 3000원이 부담스러운 청년세대의 고통에 감정이입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서울에 일 보러 가면, 나는 친구들과 밤새 뒤풀이하고 첫차를 타기 위해 영등포역으로 간다. 캔맥주를 하나 사서, 바닥에 신문을 깔고, 여섯시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탈 때까지 깜빡깜빡 졸며 시간을 보낸다. 담요를 둘둘 말고 코를 골며 잠든 노숙인들을 보며 나는 이 시대의 대장들을 생각한다. 누가 더 나은가. 대장은 대장 끈이 떨어지면 쓰러지듯, 노숙인은 알코올이 떨어지면 잠든다. 그들은 밤새도록 밑도 끝도 없이 떠들지만, 저 대장들이 내뱉는 언어들처럼 가식적이지는 않다. 그들에게는 시큼한 악취가 배어나오지만, 저 대장들이 내뿜어온 정치의 악취에 비할 바는 아니다.

 

수많은 대장들이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그들을 대장으로 만들어준 시대적 열망들이 있었을 것이다. 시대는 그들 대장에게 지금껏 수없는 청구서를 들이밀었으나, 그들은 언제나 외상이었고, 지금도 지급유예 상태다. 그들은 영원히 외상을 갚지 않을 것이다.

저 대장들이 주름잡는 선거판 한구석에 대장 아닌 이들이 분투하고 있다. 핵 마피아들에게 선전포고한 열정적인 반핵운동가, 저 악한 자들을 빗자루로 쓸어서 종량제 봉투에 넣어 수거해버리겠다는 당찬 청소노동자, 팔당 두물머리를 지키며 4대강 사업을 온몸으로 막아온 유기농업 농민이 바로 그들이다. 힘내라, 녹색당, 진보신당! 저들 대장들의 생환과 몰락에는 나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이계삼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kt 구노조 탈퇴 방법 관리자 2015.02.27 54639
104 KT, '反창의적 신념 개선 캠페인' 1년..성과는? [3] 행복한kt? 2012.11.16 18222
103 이석채 배임 뉴스에 나왔어요 file OBS 2013.02.28 18372
102 회장님 살려주세요 [2] 자뻑맨 2012.09.29 18577
101 KT, SC은행 등 직원 평가프로그램, ˝직원 목숨 위협한다 [1] 시사오늘 2012.09.21 18667
100 여전히 미쳐있는 지사장 이러다가 불쌍한 직원 또 안타까운 일 생기지 [4] 조폭경영 2013.08.19 18711
99 자회사노조들 인수위 앞에서 이석채 퇴진 1인시위 file 관리자 2013.01.31 18727
98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희망의 전남본부를 만들어 갑시다. [3] 전남지회장 2014.01.30 18765
97 <근조> 청도지사 직원 산재사망 [3] 노동인권 2012.05.20 18781
96 KT 이석채 회장 '난 KT와 함께할 것' 입각설 부인 불구 미래부장관설,, 향후 거취는? [1] 입각? 퇴출? 2013.02.12 18957
95 박원순과 이석채의 차이 [1] 산재인정 2012.03.28 19086
94 kt새노조 위원장은 왜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지 않나요? 남도에서 2012.03.01 19260
93 <논객닷컴>"이석채 회장의 치졸한 보복인사" [2] 나그네 2012.05.09 19350
92 사내 게시판에 글을 쓰는 CEO의 속내는? 한국일보 2014.09.11 19431
91 KT새노조 소식지 호외 "KT새노조 위원장에 대한 부당인사 철회하라!" file 관리자 2012.05.12 19575
90 KT직원들이 가입할 만한 정당이 생겼어요 미국당 2013.02.21 19727
89 펌) KT - 거대공룡의 임원 vs 직원 [2] 직원 2012.05.03 20571
88 [KT새노조 팟케스트] KT 잔류자여 자신있게 버티자 [1] 관리자 2014.04.30 20594
87 LGU+, 보이스톡 허용…이통사 CEO 긴급인터뷰 [1] 통신공공성 2012.06.08 20652
86 kt의 미래 [2] 통신공공성 2012.08.05 20725
85 KT새노조 일파만파뉴스 제2호 "통신요금은 왜 비싼건가?" 관리자 2012.06.01 2078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