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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게시판에 글을 쓰는 CEO의 속내는?

한국일보 2014.09.11 06:05 조회 수 : 19431

사내 게시판에 글을 쓰는 CEO의 속내는?

직원들과의 소통 수단에서 해명과 변명의 창구로


SK그룹 계열사 간부 사원은 지난주 사내 인트라넷 '톡톡'에 올라온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글쓴이는 최태원 그룹 회장. 최 회장은 수감 600일을 넘어선 자신의 근황과 생각 등을 적었는데요. 그는 "그룹 경영 환경에 대한 얘기를 접하고 나면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어려운 경영 환경에 SK그룹 구성원들이 악전고투하고 계시는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더해간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SK 8만 구성원은 제게 있어 가장 큰 힘이었고, 존재의 이유 중 하나이며 추석이 지나면 금방 날씨가 쌀쌀해질 것이니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란다"고 썼습니다. 이 글은 최회장이 수감 후 그룹 직원들에게 전하는 첫 공식 메시지였는데요. 간부는 "글을 보니 안타까움이 많이 들었다"며 "특히 사내 게시판에 회장이 쓴 글이 올라온다는 것도 격세지감"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회장의 글은 수만 명의 직원들이 읽고, 하루 만에 수 백 건의 댓글이 달릴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고 합니다.


최근 최 회장처럼 사내게시판이나 회사 이메일을 적극 활용하는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는데요. 과거 직원들을 강당에 모이게 한 후 무거운 분위기에서 '한 말씀' 하시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직원들 역시 얼굴 맞댈 필요 없이 업무상 가장 많이 쓰고 중요한 소통 수단인 메일이나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런 내용을 전해들을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변화가 보입니다. 그 동안은 주로 경영진의 당부나 경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게 주류였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상운 효성그룹 부회장입니다. 그는 10년 전인 2004년 9월부터 다달이 'CEO 레터'라는 이름의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내고 있는데요. 자신이 일상에서 얻은 교훈과 경영 혁신 사례 등을 통해 직원들이 회사 발전을 위해 생활 속에서 잊지 말아야 점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황창규 KT 회장은 최근 '생각 나누기'라는 이름의 이메일을 시리즈로 직원들에게 보냈습니다. ▦ICT산업의 미래와 우리의 비전 ▦경영철학과 우리가 갖춰야 할 역량 ▦임직원에게 기대하는 마음가짐 등을 주제로 직원들과 경영비전으로 공유하려는 '기획성 이메일' 입니다. 황 회장은 3일 임직원에게 "회사를 사랑하는 열정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은 부족하다"며 "문제가 있다면 윗사람과 관련부서를 설득하고 해결될 때까지 쫓아다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장과 사업부서에게는 도전정신을, 스탭부서에서는 현장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책임감을 요구한 것입니다. 직원들은 "시리즈 이메일을 접하니 상당히 준비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신이 바짝 나고 긴장감이 느껴졌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자신의 속마음을 꺼내놓고 대외적으로 스스로 각오를 다지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대표적입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200자 원고지 6장 분량의 이메일에서 검찰 소환과 구속 수사 등을 감안한 듯 비장한 내용의 글을 직원들에게 전했습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여러분이 흔들려서는 안됩니다"라며 "여러분의 꿈과 여러분의 일터가 이번 일로 상처 나서는 안됩니다"고 강조했는데요. 이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자신이 책임을 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자신을 도와 준 임직원들의 과오가 있다면 그 또한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제가 CJ그룹의 경영자로서 가졌던 첫 행사가 1993년 신입사원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 때 신입사원들의 희망찬 눈빛과 열정을 저는 지금도 기억합니다"며 직원들과 인연을 강조한 뒤 "작은 설탕 공장에서 시작해 한국경제의 주춧돌로 성장해 온 CJ에 대한 애정과 긍지를 영원히 간직해주십시오, 저도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최 회장은 또 "저의 잘못과 부덕의 소치로 인해 임직원과 회사가 더 이상 고통 받고 피해를 겪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고 덧붙였는데요.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고, 임직원들의 과오도 모두 자신 때문이라며 직원들의 흔들리지 말 것을 감싸 안는 모습을 보인 것이죠.

이 회장의 이메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그는 검찰 수사의 단초가 됐던 원인들에 대해 "그룹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취해졌던 각종 조치들"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자신의 '억울함'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습니다.

이처럼 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이나 사내 게시판을 통해 대외적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해명 또는 변명의 창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보낸 내용이라지만 종종 언론이나 기자들에게 내용이 흘러 들어오는 이유도 이런데 있습니다.

이석채 전 KT회장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임직원 여러분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며 물러나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회장 취임 이후 승승장구하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정치권의 사퇴 압박에도 무죄를 주장하며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여러 차례 밝혔는데요. 불과 두 달 전인 9월 "회사를 중상모략하고 바깥에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이들을 (회사를) 나가야 할 것"이라며 직원들을 향해 경고했던 그가 '임직원의 고통'을 사퇴의 이유로 꺼내자 회사 내부에서는 "직원들을 이간질하다 직원들을 위한다니 씁쓸할 뿐"이라는 반응들이 많았습니다.

밖으로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마땅한 통로를 찾지 못하던 기업 오너나 CEO들에게 직원들을 위한 사내 게시판이나 이메일을 '통로'로 삼는 것은 대외적 파장을 줄이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늘어날수록 정작 그 주인공이 되어야 할 직원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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