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프리젠테이션에 담긴 '한국 통신사의 비애'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적 수준이나 월별 가입자당 매출은 언급조차 안 돼.. 일본보다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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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바라보는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스마트폰 보급대수는 많지만 이통사들의 월별 가입자당 평균매출은 그에 비해 낮다는 것이다.
손 회장이 미국 3위 이동통신사 스프린트를 인수한 이유가 일본 이통 시장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점에서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는 우리 이통 업계도 타개책 마련에 부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손 회장이 바라보는 '야박한' 국내 이통 현황은 지난 15일 '스프린트사의 전략적 매수에 대해서'라는 주제로 진행한 그의 프리젠테이션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날 그가 발표한 81장의 슬라이드 중에는 국내 이통 시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슬라이드 두 장이 눈길을 끌었다.
손 회장은 주요국 스마트폰 현황을 소개하는 슬라이드에서 미국은 1억7000만대, 중국은 1억3000만대, 한국과 영국은 3000만대가 보급돼 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뒤진 2000만대 수준이었다.
이윽고 소개된 슬라이드는 세계 주요국의 월별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현황을 담았다. 이 슬라이드를 보면 미국은 4454엔(6만2450원), 일본은 4330엔(6만846원)에 달했다. 이밖에 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도 거론됐지만 한국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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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PU는 통신사 수익과 직결되는 것으로 가입자 수나 요금에 따라 매겨진다. ARPU가 높을수록 통신사 수익이 많다는 것을 의미다. 손 회장이 우리나라 ARPU를 소개하지 않은 것은 스마트폰 보급률에 비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이통 3사의 ARPU는 SK텔레콤이 3만2700원, KT가 2만9447원, LG유플러스가 2만9282원에 그친다(2분기 기준). 특히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낮은 ARPU는 더욱 두드러진다. 일본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25%로 우리(50%)보다 낮은 데도 ARPU는 오히려 두 배 정도 높다.
이에 대해 이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ARPU는 2만원대 후반~3만원대 초반으로 세계 주요 이통사와 비교하면 낮은 편"이라며 "손 회장이 중요한 자리에서 우리나라 ARPU를 뺀 것은 의미 있는 수치가 아니기 때문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요금 인하를 요구하며 이통사가 큰 수익을 거두는 것처럼 오도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이 관계자는 항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통신 요금이 비싼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단말 가격이 포함됐기 때문"이라며 "이통 요금에 대한 사회적 저항감이 워낙 커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