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에 절망한 4G 열등생 KT ··· 아이폰5가 살려줄까? |
LTE 시장 점유율은 SKT - 품질은 LGU+ 높은 평가, 앞뒤로 치이는 KT는 과연... |
[문화저널21·이슈포커스·이코노미컬쳐] KT 이석채 회장은 지난 2009년 10월, 한국인간개발연구원 강연에 강사로 나서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터넷 시대 이후는 '컨버전스(convergence:융합) 시대'라고 정의했다.
그는 '컨버전스 시대'에 대해 '혼란의 시대'라고 규정하면서도 이는 반면 엄청난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시대라고 해석했다.
“언제 어떤 메이커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등장해 통신업계 전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지 모르는 어려운 시대가 컨버전스 시대입니다. 문제는 이 에너지를 우리가 활용하느냐, 활용하지 못하느냐에 달렸습니다.”
이것이 이석채 회장의 주장이었다. 이후의 KT가 얼마나 새로운 시대의 에너지를 잘 활용했는지는 평가 분야와 방법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동통신의 4세대 통신망 분야만을 평가하자면 KT는 완벽하게 실패했다.
'통신세상의 길' 올레 KT 와이브로 ··· '두두두~' 하며 사라져...
KT는 와이브로 4G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고, 집에 TV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두두 올레"를 외치던 KT의 광고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4세대 망이 주류인 지금 KT의 두두두는 들리지 않는다. KT는 지금 '빠름~'을 내세워 LTE WARP를 내세우고 있다. 그것은 4세대 이동통신서비스가 LTE로 완벽하게 재편됐기 때문이다.
와이브로 시장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쳤던 KT는 LTE가 대세로 떠오른 이동통신시장에서 최후발 주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SK 텔레콤과 LG 유플러스가 LTE 상용화를 2011년 7월부터 시작한다 했을때도 KT는 주파수 문제로 연내 LTE 서비스가 힘들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그러다가 결국 LTE 주파수 확보를 위해 2G서비스 강제 중단을 결정하며 기존 고객들과의 법정 다툼까지 벌였다.
이석채 회장이 내다봤던 '혼란의 시대'에 KT는 변화와 혁신의 기치로 극복에 나섰지만 잘못된 선택과 전략의 오류로 제대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이동통신사 제공서비스별 이동통신 가입자 수'에 따르면 2012년 8월 현재 와이브로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는 991,43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중 KT가입자가 94%에 이른다는 것이 위안 아닌 위안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4세대 기술인 LTE는 이미 천만 사용자 시대에 접어들었다.
시장점유율은 SKT, LTE 품질은 LGU+, KT는...?
LTE 최후발 주자였던 KT는 빠르게 시장역량을 발휘하며, LTE 시장에서도 SK 텔레콤과 LG 유플러스를 추격하고 있다. 지난 8월 신규 가입자 현황에서 KT는 LG 유플러스를 제치고 50만 명에 가까운 신규 가입자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LTE 서비스 품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석채 회장은 지난 6월 전라남도 여수를 직접 방문하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KT의 최첨단 IT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품질을 확보해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그러나 KT의 LTE 서비스 만족도는 통신 3사 중에 최하위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모바일 포털인 세티즌이 자사 사이트를 통해 지난 9월 21일부터 30일까지 ‘LTE 서비스 품질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전 세계 최초로 읍면단위까지 전국망을 구축한 LG 유플러스가 가장 높은 소비자 만족도를 이끌어낸 데 반해 KT는 가장 불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족한다는 응답도 적었지만 30% 가까운 사용자가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을 나타냈다. 이는 특히 현재 KT의 LTE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들의 답변이라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전히 이동 통신 시장에서 과반에 가까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SK 텔레콤이다. KT는 4세대 통신망을 대변하는 LTE 시장에서는 LG 유플러스에도 밀리고 있다. 시장 점유율에서는 SK 텔레콤에 치이고, 서비스 품질에서는 LG 유플러스에 치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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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5, KT 반전의 열쇠될까?
현재 통신사업자들은 기존 상용 주파수 대역의 LTE 전국망 구축에 이어 다른 주파수 대역의 보조망인 멀티캐리어(MC) 구축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KT는 이 이후의 품질 서비스 싸움에서 자체적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LTE를 앞세워 3등 이미지 탈출에 나선 LG 유플러스의 움직임도 적극적이지만, 여전히 KT라는 브랜드의 이점은 살아있다. 게다가 앞서 설명한 것 처럼 KT의 LTE 시장 신규 서비스 가입자 수도 상당히 고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KT로서는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기에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승부는 연내 국내에 출시될 아이폰5의 승부다.
LTE 품질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나타낸 LG 유플러스는 아이폰5에 대한 서비스 계획이 없다. 국내에도 상당한 마니아 층을 거느리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은 삼성의 갤럭시와 더불어 스마트폰 시장의 베스트셀러이며 스테디셀러다. KT는 아이폰의 국내 최초 도입으로 상당한 이익을 누린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폰5의 경우 KT가 독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SK텔레콤 역시 지난 아이폰4부터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3일, 세티즌이 아이폰5 구매시 선호하는 통신사를 조사한 설문에서 KT는 35.7%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3,395명 중 2,138명의 선호를 받은 SK 텔레콤에 완패한 결과다.
SK 텔레콤을 선택한 설문 참가자들 중 44%가 품질 때문에 KT가 아닌 SK 텔레콤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기존 KT고객 중 절반에 가까운 41%가 SK 텔레콤을 선호했다는 것도 KT로서는 신중히 생각해 볼 문제다.
천만 LTE시대를 맞아 앞으로의 이동통신시장 싸움은 당연히 LTE시장에서의 승부다. 방통위의 8월가입 현황에서 가장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서비스 역시 LTE였다. 4세대 통신망 사업에서 잘못된 선택으로 삐끗한 KT가 품질에 대한 시장의 박한 평가를 극복하고 추락한 위상을 다시 확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