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S, 최대 유료방송 사업자 배만 불릴 수 있어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제도연구반이 구성돼 새로운 방송·통신 서비스 도입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8월 29일 구성된 방송제도연구반은 지난 7일 첫 번째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는 DCS 도입을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방통위가 고시 개정 등을 통해 DCS 도입의 근거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행 방송법, IPTV법, 전파법을 개정해 도입의 법률상 도입의 근거를 만드는 방향이다. 마지막은 방송법, IPTV법, 신문법 등으로 나눠진 미디어관련 법체계 전반을 새롭게 구성해 DCS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세 개의 제안 모두 DCS 도입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발제문 어디서도 KT와 KT 자회사 스카이라이프의 결합 서비스 DCS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KT와 KT 자회사 스카이라이프를 제외한 모든 유료방송 사업자가 DCS를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KT의 유료방송시장 지배력의 확산 때문이다.
유선통신시장 지배력으로 KT는 IPTV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의 위치에 올랐다. 최근 IPTV 가입자가 600만 가구를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420만 가량이 KT IPTV 가입자로 추산된다. KT는 IPTV 시장에서 점유율 70%가 넘는 독과점 기업이라는 얘기다.
▲ DCS서비스 개념도(KT 스카이라이프 제공).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달 3일 "스카이라이프 DCS는 위성방송신호와 IPTV신호 모두 IP패킷으로 변환돼 IP망을 통해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라며 "위성방송 역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
반면 KT를 제외한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는 이종 플랫폼의 결합을 우려하고 있다. IPTV망을 이용해 위성방송을 전송하는 형태는 KT가 IPTV와 스카이라이프, 두 종류의 플랫폼을 모두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KT가 가진 유선통신망의 지배력이 IPTV로 전이돼 IPTV 지배적 사업자가 됐듯이 IPTV망을 통해 스카이라이프가 서비스된다면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KT의 유료방송 영향력이 확산되면 현재 스카이라이프, 올레TV를 통해 이미 최대 사업자로 등극한 KT의 유료방송시장 독과점화를 견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 관계자는 “KT가 위성방송, IPTV를 합쳐 560만 가입가구로 전체 디지털 방송 가입가구의 46%에 달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DCS는 IPTV 가입자 확보에 한계가 오자 위성방송의 가입가구 수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용한 꼼수”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정 사업자가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고 유료방송 다양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DCS 도입 전 가입가구 규제 기준이 필요하다”며 “KT가 (DCS를 이용한 위성방송 우회 전략으로)디지털 방송시장을 모두 장악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KT 최고경영자가 DCS 추진 위해 뛰어다녔던 이유
DCS 도입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7월과 8월 KT 이석채 회장, KT 스카이라이프 문재철 사장이 DCS 도입을 위해 직접 뛰어다녔다. 그룹 최고경영자가 뛰어다녔던 이유가 있다. 효용이 무궁하기 때문이다.
▲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지난 8월 29일 방통위가 DCS를 위법하다고 판단내리자, 하루 뒤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의 DCS 서비스 위법 결정을 반박했다 ⓒ미디어스 |
DCS 서비스를 통해 KT는 인구밀집 지역, 이 가운데서도 서울·수도권에 대한 집중적인 마케팅을 통해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다. DCS로 현재 ‘권역별 유료방송 가입가구의 1/3을 넘을 수 없다’고 규정한 IPTV법 점유율 규제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KT가 서울·수도권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판촉을 하면서 점유율을 1/3에 가깝게 끌어올렸다는 점은 이미 IPTV만으로는 유료방송시장 확장의 한계에 근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KT는 다른 확장방식이 필요한 상황에 봉착했다. 위성방송으로 우회, 점유율을 확장할 수 있는 DCS에 그룹 최고경영자들이 관심을 가지며 뛰어다녔다.
반면 경쟁사업자들은 DCS를 지켜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케이블TV SO들은 KT가 IPTV 사업자에 뛰어들기 전 유료방송 가입점유율의 90%이상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KT의 IPTV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서울 강남 아파트 밀집 지역, 수도권 일부에서는 이미 가입자 점유율이 1/3 가량 줄었다.
소비자는 DCS를 어떻게 봐야할까?
DCS 논란은 경쟁사업자간의 이해 다툼이라며 DCS 중단으로 가입가구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8월 방통위의 판단이 DCS 위법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릴 때 조선, 중앙, 동아, 한국 등 주요 일간신문 광고를 게재했다.
당시 스카이라이프는 “시청권 확보를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중소기업의 획기적인 신기술 ‘접시 없는 위성방송 서비스 DCS'를 채택했다”면서 “DCS 선택의 권리는 오직 시청자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7일 토론회에서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 팀장은 “DCS가 시청자들과 동떨어진 사업자간의 문제”라면서도 “시청권을 위해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지난 8월 29일자 조선일보 13면에 실린 KT스카이라이프의 '주장 광고' |
DCS에 가입했던 7500가구 역시, KT IPTV로의 이전이 원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 입장에서 스카이라이프를 고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DCS 도입 논란에서 소비자가 정작 걱정해야 하는 것은 독과점이다. 적당한 수준의 경쟁 상황은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경쟁의 끝이 한 사업자의 독과점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 박수칠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DCS 같은 이종 플랫폼의 결합한 서비스가 출현한 적이 없다. KT처럼 위성방송, IPTV를 모두 가진 사업자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정부 여당이 미디어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매체간, 플랫폼간 소유규제는 명확했다. 하지만 신문의 방송소유 규제와 스카이라이프의 대기업 소유규제가 철폐됐다. 그 결과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의 종합편성채널, KT스카이라이프다. 종편 채널이 도입돼 시청자 복지가 나아졌을까? 시청자들은 매일 터져 나오는 방송사고와 질 낮은 프로그램, 또 조중동을 그대로 옮겨놓은 정치적인 보도행태를 목격하고 있다. 그마나 다행스럽게도 종편은 미미한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자멸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KT는 IPTV와 스카이라이프라는 방송플랫폼을 양손에 쥐고 OTS라는 결합상품을 만들어 우리나라 최대 유료방송사업자가 됐다. 여기에 DCS로 법의 허점을 노려 여세를 확장시켜 나가려하고 있다. 소비자가 KT의 손을 들어줘야 할 이유가 있을까?
도형래 기자 | media@mediaus.co.kr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