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이 핸드폰 LG유플러스로 개통할 수 있나요?”
(대리점직원) “오늘부터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여서 기존 고객의 기기변경만 가능합니다. 앞으로 약 한 달 동안은 신규 가입할 수 없어요.”
7일 전국 핸드폰 판매점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이날 LG유플러스(032640) (7,800원▲ 110 1.43%) (7,800원▲ 110 1.43%)를 필두로 SK텔레콤(017670) (155,500원▲ 2,000 1.30%) (155,500원▲ 2,000 1.30%), 케이티(030200) (36,700원▲ 200 0.55%) (36,700원▲ 200 0.55%)등 이동통신 3사가 총 66일간의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LG유플러스는 1월7일~30일(24일), SK텔레콤은 1월31일~2월21일(22일), KT는 2월22일~3월13일(20일) 기간에 신규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다.
영업정지와 함께 SK텔레콤은 68억9000만원, KT는 28억5000만원, LG유플러스는 21억5000만원 등 과징금도 부과받았다. 통신사가 영업정지를 받은 것은 지난 2002년과 2004년 이후 세 번째이지만 영업정지에다 과징금까지 동시에 부과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이동통신 3사 ‘보조금 장난’ 심하게 하다 ‘영업정지’ 벌 받아
통신사가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은 과다한 보조금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휴대전화에 27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은 그 이상의 보조금을 주면서 마케팅 경쟁을 펼쳤고, 결국 지난 9월 출고가가 90만원대 후반인 삼성 갤럭시 S3의 판매가가 17만원까지 떨어지는 ‘갤럭시 대란’이 발생했다.
과다한 보조금은 고객 차별로 인한 시장 혼탁으로 이어진다.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A 매장과 B 매장에서 주는 보조금이 크게 차이가 나면서 고객들이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과다한 보조금은 과다한 마케팅비 지출로 이어지므로 통신사에게도 부담이다. 보조금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동통신 3사의 지난 3분기 마케팅비는 2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120억원)보다 1.5배가량 증가했다.
◆ 거품 낀 휴대폰 가격이 ‘보조금’ 가능한 원인으로 작용
통신사들은 이처럼 부담(마케팅비용)이라고 할 수 있는 보조금을 어떻게 많이 줄 수 있었을까. 물론 통신사 간 상대 통신사 고객을 빼앗기 위해 출혈경쟁을 한 부문도 있다. 그러나 다른 이유로는 휴대전화 가격이 출고 때부터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고객이 핸드폰을 사는 실제 가격은 할부원금(출고가격-통신사 보조금)이다. 그런데 지난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 이동통신 3사는 지난 2008년~2010년 중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사오는 공급가격보다 출고가격을 평균 22만5000원 높게 책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핸드폰을 제조사로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산후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 비싸게 부르는 것이다. 대신 통신사는 공급가격과 출고가격의 차이를 보조금으로 메워주면서 소비자에게는 고가의 휴대폰을 저렴하게 파는 것처럼 현혹하는 수법을 쓴다.
부풀린 출고가격 논란에는 휴대폰 제조사도 한 몫 거든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전자(005930) (1,517,000원▼ 8,000 -0.52%)의 경우 같은 제품이라도 해외보다도 비싼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가 지난해 7~8월 미국 뉴욕 등 18개국 주요 도시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가격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갤럭시S3 32G의 경우 한국 판매가가 99만4400원으로 일본(102만8833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출시된 갤럭시S3보다 26만원이나 비싼 가격이다. 삼성전자 측은 미국 출시제품보다 한국 출시제품이 한 단계 높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해외배송을 하지 않는 한 미국보다 더 비싼 가격의 갤럭시 S3를 살 수밖에 없다.
◆ 비싼 통신요금도 문제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줄 수 있는 원천은 비싼 통신요금을 통해 얻은 수익 덕분이기도 하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영업이익률을 보면 통신사들이 일반 제조회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얼마나 높은 수익을 누렸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통신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보면 SK텔레콤은 약 15%, KT는 9~10%, LG유플러스도 6~7% 사이로 일반적인 국내 대기업 평균(6%)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통신사는 마케팅 비용을 고스란히 자신들이 부담했을까. 과도한 보조금 경쟁은 결과적으로 고객의 통신요금으로 전가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동통신사들은 고객을 장기간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객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의 약정을 걸고 정액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동통신사 보조금 문제를 지적한 강동원 무소속 의원은 “단지 구매시점에 돈을 내지 않는다고 해서 단말기를 싼 가격에 산 것이 아니다”라며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높은 가격의 2년 약정 정액제에 가입해야 해 결국 통신요금에 전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영업정지·과징금, 알고 보면 솜방망이 처벌” 의견도
일각에선 통신사 3사가 국내 통신시장을 독과점하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영업정지 조치는 약한 제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징금 총액은 118억원으로 일견 많아 보이지만, 이는 이동통신사 3사가 보조금 경쟁을 하기 위해 늘린 마케팅비용(7000억원)에 비하면 극히 미미하다.
또한 영업정지가 순차적이므로 한 통신사가 영업정지로 인해 마케팅 비용을 줄일 당시 다른 두 통신사가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통신사 모두 크게 손해 보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가도 오히려 올랐다. 영업정지 첫날인 4일 LG유플러스(032640), 케이티(030200), SK텔레콤(017670)의 주가는 마케팅 비용감소 기대로 인해 각각 1.82%, 0.82%, 1.63% 상승했다.
이번 통신사 영업정지 사태에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이권다툼이 숨어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통신 3사의 담합 및 독과점 행위에 대해 여러 차례 지적하며 강하게 규제하려 했다. 그때마다 방통위(옛 정보통신부)에서는 통신사는 자신의 담당이라며 공정위의 제재를 무마하며 통신사를 감싸왔다. 공정위가 지난해 3월 통신사, 제조사 간의 출고가 담합 사실을 적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했음에도 방통위는 이러한 사실 및 이후 벌어지는 보조금 경쟁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방통위가 직접 통신사에게 영업정지 결정을 내린 것은 오히려 공정위의 더 강한 칼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방통위가 정보방송통신부로 간판을 바꾸기 위해 실제적으로 통신사에게는 피해가 크지 않은 보여주기 차원의 ‘쇼’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