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통신사와 판매점만 아는 비밀(?) '고객은 봉이다'
SBS 조기호 기자 입력2013.03.01 07:36기사 내용
온 국민이 갖고 있는 휴대전화, 그 중에 절대량을 차지하는 고가의 스마트폰. 공급자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시장이 있을까요? 번화가에는 거의 한집 건너 한집이 휴대전화 대리점이나 판매점인 '스마트폰 공화국'에서 '공화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소비자(시민)만 봉이 되는 현실을 이번 취재 과정에서 새삼 확인했습니다.
통신사들의 불법 보조금 문제,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통신사들이 법정 한도 금액인 27만 원을 훌쩍 넘겨 중간 판매업체에 최대 80~90만 원까지 지원하는 이유는 그래도 고객을 유치하면 약정 기간 내 요금제를 통해 수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판매업체는 그 보조금을 다 고객에게 넘길까요? 아니죠. 고객에게 얼마나 혜택을 줄지는 전적으로 업체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업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이것 때문에 통신사들이 업체를 불법 녹취하면서 감시하고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KT나 LGU+는 깨끗하게 영업했을까요? 뉴스에서 보셨는지 모르지만 SBS가 입수한 문서를 보면 이들도 참 가관입니다. KT의 경우 판매점주가 KT 고객에 대한 정보 조회를 하거나(이 경우 다른 통신사로 갈아탈 확률이 크기 때문이죠) 타 통신사로 실제 이동시킬 경우 50만 원을 '환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여기서 '환수'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환수'는 줬던 걸 뺏는다는 말입니다. KT가 이전에 판매점에 50만 원(+@)를 줬다는 것이지요. 이게 불법 보조금일 가능성은 99%라고 생각됩니다.
LGU+는 아예 보조금을 86만 원까지 주겠다며 장담합니다. 법정 보조금 한도의 3배가 넘는 돈입니다. 이쯤 되면 '돈 지르기'라고 볼 수 있겠네요. 불법 보조금과 과당 경쟁으로 불과 한 달여 전에 영업 정지를 당한 사실을 아예 잊은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는 냉철합니다. 통신사들은 이렇게 '돈질'을 해도 이윤이 남기 때문에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판매점들 역시 통신사에 대해선 피해자이긴 하지만 고객에겐 여전히 '가해자'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더 싸고 합리적인 통신사를 선택하고 싶어 판매점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특정 통신사를 계속 추천한다면 잘 모르는 고객들은 혹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무슨 약정에, 무슨 요금제에, 데이터 양이 어떤지 등등 이건 거의 우주 물리학 수준이니까 말이죠. 그러나 불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주는 통신사 제품을 우선 추천하는 이면에 통신사와 판매점 간의 거래가 있는 줄 모르니까요. 소비자의 선택권이 증발해버리는 순간입니다.
통신사는 고객 유치해서 돈 벌고, 판매점은 통신사가 나눠준 보조금으로 돈 버는데 소비자는 과연 어떤 이득을 볼까요? 관리 감독 기간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런 사실을 정말 모르고 있는 걸까요? 경제도 좋고 대기업 프렌들리도 좋지만 소비자(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쪽으로는 가지 말아야 하지 않나요?
조기호 기자cjk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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