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직원이 알려주고 하청업자가 땅 파" 케이블 절도
통신공사인 것처럼 'KT'조끼입고 버젓이 범행(시흥=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땅속에 매설된 통신케이블을 훔친 20년 경력의 KT 하청업자와 이를 도운 현직 KT직원 등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5일 통신케이블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하청업자 박모(41)씨를 구속하고, KT직원 김모(39)씨 등 5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또 이들이 훔친 구리선을 매입해 평택항 소무역상들에 되판 혐의(장물취득)로 손모(38)씨 등 2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박씨는 지난해 7월 초 부천시 한 도로에서 맨홀 뚜껑을 열고 지하로 들어가 통신케이블 296m(723만원 상당)를 훔치는 등 최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1㎞(7t·3천만원 상당)가량의 케이블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KT직원 김씨는 20년 넘게 통신선 매설업무를 담당한 하청업자 박씨에게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케이블 매설 위치를 찍어준 뒤 처분된 돈의 절반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용되지 않는 케이블을 훔쳐도 KT측이 피해 사실을 파악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KT 관계자는 "전화와 인터넷선인 통신케이블은 가닥 당 최대 3천600P(1P당 1가구)를 연결할 수 있어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 케이블이 많이 깔려있다"며 "사용 중인 케이블은 절단되는 순간 회사에서 파악할 수 있지만 절도범들은 주로 사용되지 않는 케이블을 훔쳐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씨 등은 정상적인 통신공사인 것처럼 속이기 위해 오전이나 오후 등 일과시간대 '공사중' 푯말을 세우고 'KT'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채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시내버스 CCTV에 찍힌 영상을 토대로 박씨 일당의 범행현장 인근에 세워진 화물차량번호로 일당을 추적해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