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KT 900㎒ `불량 주파수` 논란…공정경쟁 새 이슈로
전자신문 입력2013.05.14 17:21 수정2013.05.14 19:11기사 내용
KT가 자사가 보유한 900㎒ 주파수를 `불량`으로 규정했다. 1.8㎓ 대역 할당을 위해 배수진을 쳤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는 "KT가 사실을 과장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KT는 1.8㎓ 인접대역을 할당 받지 못하면 연말 900만명에 이르는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를 받아낼 수 없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KT 주장의 핵심은 자사가 보유한 900㎒ 주파수에서 간섭 효과로 가상 광대역화 기술인 멀티캐리어(MC), 캐리어어그리게이션(CA) 등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KT "900㎒ 당장 사용 못해…1.8㎓ 못 받으면 심각한 불공정"
이석수 KT 대외협력실 상무는 "900㎒는 RFID(전자태그), 무선전화기 등과 전파간섭 문제가 있어 상용화 시기가 불투명하다"며 "지난해 10월부터 500여명의 인력과 30억원 이상 예산을 투입해 노력하고 있지만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KT는 서울 1500여곳에 900㎒ 기지국 장비를 설치하고도 운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900㎒ 기지국 장비의 전원을 켜는 순간 간섭 원인을 찾기 어려워진다"며 "지금 상태에서 900㎒를 MC에 투입하면 이 대역 주파수 이용자 불만이 폭주할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쟁사의 공정경쟁 논리에도 강하게 반박했다.
김희수 KT 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경쟁사가 올해 하반기부터 CA를 본격적으로 구축해나가는 데도 만약 KT가 1.8㎓ 인접대역을 할당받지 못한다면 경쟁사가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 KT는 자전거를 타고 오라는 것과 같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KT 1.8㎓ 인접대역 할당이 2~3년 뒤로 미뤄지면 주파수 파편화가 불가피 해 통신 3사 전국 광대역 망 투자가 늦춰지고 결과적으로 현재보다 갑절 빠른 `LTE-어드밴스트(A)` 경쟁은 당분간 도심지역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도시에 거주하지 않는 사용자는 같은 요금을 내고도 낮은 품질의 서비스를 받는 차별을 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 KT "사실 과장…주파수 클리어 기회 스스로 날려"
KT가 900㎒ 주파수 불량론을 들고 나오자 경쟁사는 일제히 반발했다. 1.8㎓ 대역을 할당 받고자 사실을 과장했다는 지적이다.
LG유플러스 고위 임원은 "갤럭시S4 등 이미 2.6㎓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며 "1.8㎓ 할당이 안 이뤄져도 하반기 예상되는 300만명 이상 가입자는 2.6㎓에서 수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G프로2, 신형 아이폰 등 하반기 출시 단말기도 2.6㎓을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KT의 `900㎒ 불량론`에 대해서는 "스스로 기회를 날렸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2010년 할당 받은 주파수를 이제 와서 못 쓴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안이함을 드러내는 꼴"이라며 "주파수 클리어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그냥 허비하고 이제 와서 1.8㎓ 인접대역 할당을 위한 논리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석수 KT 상무는 "2.6㎓을 지금부터 구축할 수 있다면 하반기 이 대역에서 LTE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겠지만 (할당 내용이 정확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불가능"이라며 경쟁사 주장을 재반박했다.
이처럼 통신사가 자기 약점까지 공개하며 이전투구하는 것은 명확하지 않은 정부 주파수 정책 탓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통신사 고위 임원은 "주파수 경매 한 달 전까지도 어떤 대역이 나올지 알 수 없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며 "앞으로 더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장기 로드맵을 설정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