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설계를 맡아 화제였던 케이티(KT) 광화문 본사 사옥(조감도)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서울시는 최근 케이티가 현 세종로 사옥 자리에 새로 지으려는 신사옥 설계안이 도시계획 지침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이 지역 제한 높이인 70m를 초과해 심의 요건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케이티는 재개발 세부계획안에 대한 심의신청을 철회했고 2년 넘게 추진해온 사옥 재건축 사업은 중단되게 됐다.
케이티는 현재 서울 종로구 청진동에 건설중인 케이티의 올레플렉스에 이어 새로 짓는 광화문 사옥을 파리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건축가 렌초 피아노에게 설계를 맡겨 기본적인 구상을 마친 상태였다. 설계 콘셉트는 두 건물 모두 저층부를 비우고 건물 본체를 지상에서 12m 높이로 띄워(필로티 방식) 지상 공간을 통로 및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두 건물의 저층부 비워 낸 공간을 합치면 축구장 크기에 이르는 면적이어서 케이티의 사옥 디자인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설계안이 통과되지 못하게 되면서 사옥 건물은 계획 자체가 추진되기 어렵게 됐다. 일반적인 경우 건축주가 건물을 지을 때 일정 공간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할 경우 건물을 더 높게 지을 수 있는 혜택이 있지만, 세종로는 역사문화지역이자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건물 높이가 70m 이내로 제한된다. 케이티 신사옥은 지상에서 12m를 띄운 것을 포함해 전체 높이가 82m로 설계되어 있었다.
케이티 쪽은 저층을 비운 상태에서 건물의 높이를 70m 이내로 줄이게 되면 애초 계획한 사무 공간이 줄어들고, 렌초 피아노가 구상한 건물의 디자인 콘셉트가 훼손되기 때문에 재건축 자체를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역사도심관리과 신중수 과장은 “케이티의 설계안 자체가 필로티 공간의 2분의 1 이상을 공용으로 제공해야 하는 지침을 충족시키지 않아 심의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지침을 지켜 심의신청을 하면 70m 규정의 완화 여부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렌초 피아노의 첫 한국 내 작품으로 지상 25층 높이로 건설중인 케이티 청진빌딩은 이 규정과 상관없어 계획대로 내년 11월 완공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