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간섭에 LTE-A 못해”… KT 저품질 시연회 자충수
900㎒ 대역 간섭 이례적 회견…새 주파수 할당 노렸단 관측
KT가 스스로 보유 중인 주파수 대역의 통신 품질이 ‘수준 이하’임을 보여 주는 이례적인 시연회를 개최했다. 대역 내 ‘간섭 문제’가 심해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트(LTE-A) 서비스를 하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KT가 무리한 시연으로 자충수를 뒀다는 평가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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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경기 안양시 KT 안양지사에서 열린 ‘900㎒ 대역 주파수 간섭 영향 시연회’에서 KT 직원들이 전자 장비를 이용, 자사의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트(LTE-A) 서비스의 품질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KT는 16일 경기 안양시 KT안양지사 회의실에서 ‘900㎒ 대역 주파수 간섭 영향 시연회’를 개최했다. 900㎒ 대역은 KT가 보유한 LTE용 주파수 대역 2개 중 보조망으로, 대역 내에 무선인식전자태그(RFID), 무선전화기로 인한 전파 간섭이 있어 현재 상용 서비스망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시연회는 이 RFID와 무선전화기의 전파 간섭이 통신 품질을 얼마나 떨어뜨리는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 이날 실험에서 단속적인 RFID 간섭을 받은 LTE의 업로드 속도는 1Mbps 내외로 평균 속도인 12Mbps의 10분의1에도 못 미쳤다. 다운로드 속도도 22~23Mbps 수준으로 이론상 최고 속도인 75Mbps의 3분의1 이하 수준이었다. 무선전화기의 경우는 통화 중인 휴대전화 5m 옆에서 사용하자 20여초 만에 휴대전화 통화가 끊겼다.
900㎒ 주파수는 KT가 2010년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할당받은 것이다. 당시에도 간섭 문제가 있었지만 올해 말까지 이를 해결해 준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KT가 답답함을 호소하며 이례적인 시연회를 연 것이다. 900㎒ 대역 간섭 문제가 해결돼야 2개 주파수 대역을 묶어 통신 속도를 높이는 LTE-A 서비스가 가능하다.
KT가 광대역 LTE를 위한 1.8㎓ 인접 대역 할당을 염두에 두고 시연회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주파수가 불량해 LTE-A가 힘든 만큼 인접 대역을 할당받아 광대역 LTE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다.
김영인 KT 무선액세스망 품질담당 상무는 900㎒ 대역을 ‘도로 여기저기 쓰레기가 흩어져 있는 상황’에 비유하며 “달리기 시합에서 경쟁사들은 두 발로 뛰는데 KT는 깨금발로 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례적 시연회가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KT는 이날 시연으로 올 연말까지는 LTE-A 출시가 힘들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KT는 지난주 LTE-A 휴대전화 판매도 시작해 고객들의 기대감을 높여 놓은 상태다.
시연회가 서울이 아니라 안양에서 벌였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KT 측은 “정부청사와 가까워 취재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간섭 문제가 심한 곳을 골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T에 따르면 서울과 달리 경기도는 RFID 간섭 문제를 한 곳도 정리하지 않았다. 또 시연회장과 외부 현장의 화상 전화 연결조차 매끄럽지 않아 현장 시연이 중단되기도 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