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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통신비 10년 넘게 '세계 최고'…통신사는 올리고 정부는 외면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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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경험하지 못했던 LTE 두 배의 속도’, ‘1초에 뮤직비디오 1편을 받을 수 있는 속도’ 등의 내용의 광고에 혹해 LTE-A(어드밴스드) 서비스가 되는 단말기를 구매하기 위해 휴대폰 대리점을 찾은 이모씨. 그러나 이씨는 높은 가격의 LTE 요금제를 보자 가입을 망설이게 됐다.
 
현재 3세대(3G) 단말기로 월 5만5000원 요금제를 쓰는 이씨의 휴대폰 요금은 단말기 할부 가격까지 합해 월 7만원 수준.
 
만약 이씨가 LTE-A를 최적화해서 쓰기 위해 ‘무제한 음성통화 LTE 요금제’에 가입하게 되면 월 6만9000원으로 단말기 가격까지 합해 9만원대로 훌쩍 뛰게 된다. 이씨 가족 4명 모두가 이씨와 같은 LTE 요금제를 쓸 경우 가계 휴대폰 통신비만 월 40만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집 유선전화 비용, 초고속 인터넷 비용 등까지 떠올린 이씨는 가입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씨는 “통신회사들이 2~3년마다 통신속도를 조금씩 높이는 이유가 국민들의 편의성보다는 요금을 크게 올려 과도한 이윤을 챙기기 위한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한국의 가계 통신비 부담이 OECD 국가중에서 ‘최상위권’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 통신비가 다른 국가보다 저렴하다고 강조해온 통신사들의 주장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 통신비 부담은 1990년대부터 계속 OECD 국가 중 1~3위를 기록중이다. 특히 통신비 중 이동통신비(무선통신비) 부담은 1위다. 국민 대부분이 쓰는 휴대폰, 인터넷 등의 통신비가 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가계 통신비 인하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OEDC의 '2013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보고서 중 월평균 가계통신비 지출액 그래프. 한국이 3위를 차지했다.
OEDC의 '2013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보고서 중 월평균 가계통신비 지출액 그래프. 한국이 3위를 차지했다.

 
◆ 한국은 10여년째 가계 통신비 1위 국가
 
한국이 OECD 국가 중 통신비 최상위 국가를 기록한지는 10여년이 지났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은 가처분소득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7년 3.2%로 1위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2001·2002년 5.6%으로 정점을 찍었으며 2007년 4.6%, 2008년 4.5%를 기록하는 등 계속 1위를 유지했다.
 
OEDC가 2년 전에 발표한 ‘2011년 커뮤니케이션 아웃룩(통신 전망)’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한국의 통신비 비중은 멕시코(4.6%)에 이은 2위인 4.4%를 차지했다. 당시 OECD 평균은 2.7%이었다.
 
최근 발표된 2011년 기준 통신비 역시 한국이 최상위권이었다. ‘2013 커뮤니케이션 아웃룩’에 따르면 한국의 월 평균 가계통신비 지출액은 148.39달러(14일 환율 기준 약 16만7000원)으로 일본(160.52달러), 미국(153.13달러)에 이은 3위를 차지했다.
 
이 수치는 국가간의 물가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구매력평가지수(PPP)를 적용한 것으로 유선전화, 무선전화, 초고속인터넷, 단말기 가격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과거 OECD 발표와는 다른 기준으로 발표된 것이긴 하지만 한국 통신비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통신비 중에서도 무선통신비의 경우 월 115.5달러(약 13만원)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단말기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가, 단말기 중에서도 고가인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단말기 할부비용이 높고, 데이터 사용량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100.1달러), 멕시코(77.4달러) 등이 각각 2위, 3위를 차지하며 한국의 뒤를 이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방송통신산업통계연보)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방송통신산업통계연보)

 
◆ 정부·통신사, 각종 핑게로 통신비 인하는 외면 ‘스마트폰으로 데이터 많이 쓴 탓’
 
높은 통신비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통신사다. 그만큼 돈을 많이 벌게 되어 배를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신 매출은 4.36% 수준으로 에스토니아(4.64%), 포르투갈(3.82%) 등과 함께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는 GDP를 구성하는 다양한 국내 산업군 중에서도 통신사가 벌어들이는 돈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월평균 가계 통신비 지출액이 6위를 차지한 룩셈부르크(142.10달러)의 통신매출이 1.19%에 불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한국 가계의 통신비 지출이 OECD 회원중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과다한데다, 통신사의 매출 성장세 역시 양호하기 때문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방송통신산업통계연보에 따르면 통신서비스 매출액은 2005년 40조8600억원에서 2012년 현재 55조1200억원대까지 뛰어올랐다. 특히 무선통신 서비스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05년에는 15조48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20조7000억원까지 오른 것.
반면 유선통신 서비스는 2005년 17조3300억원에서 2012년 15조530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통신사는 각종 핑게를 대며 통신비 인하에 손을 놓고 있다. 2009년 OECD 발표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높은 통신비에 대해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이 1위며, 통화사용량도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통신사들을 대변했다.
 
이번 OECD 발표에 대해 통신사 관계자는 “실제적으로 데이터 등 사용량에 따른 통신요금 수준은 한국이 OECD 국가중에서도 중위권”이라며 “OECD도 보고서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고가의 단말기 할부금이 통신비에 포함되어 있고, 한국 국민의 월 데이터 사용량도 1.2기가바이트(GB)로 많이 쓴다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처로 출범한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비 인하에 대해 ‘가입비 폐지와 알뜰폰 활성화’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가입비는 휴대폰 새로 구매할 때 일시적인 비용일 뿐이고, 알뜰폰 활성화는 기존 이통통신 3사보다 저렴하지 않은 요금제, 다양하지 않은 단말기, 유통망 부족과 서비스 수준 미달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현실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단체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 국민들이 10년 넘게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비 부담을 지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면서 “침체된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가계 통신비를 낮추는 정책적인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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