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법인 주식양도에도 '실지거래가액' 산정"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주식회사 KT가 말레이시아 법인 주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부과된 법인세 231억원을 취소해달라며 성남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KT는 2000년 7월 말레이시아 AIG 라부아법인으로부터 A사 주식 2000여만주를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매입대금으로 원화와 달러화, 약속어음 5000억여원, B이동통신사 주식 59만여주를 지급했다.
이에 성남세무서는 "KT가 매수한 주식의 실질적인 양도인은 AIG 라부안법인이 아니라 AIG 모펀드의 출자자들이기 때문에 출자자 중 한국과 조세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의 출자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법인세로 원천징수할 의무가 있다"며 2005년 KT에 법인세 231억여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KT는 "주식거래 당사자는 AIG 모펀드 출자자가 아니라 법인으로 봐야한다"며 "그 법인과 원고 사이에 체결된 주식거래는 한국과 말레이시아 조세협약에 따라 말레이시아에서만 과세될 수 있고 원고에게는 원천징수 의무가 없다"고 항변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은 "말레이시아 법인은 이 사건 주식거래와 관련해 조세징수를 회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형식적인 회사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식거래로 인한 이익의 사실상 귀속자는 말레이시아 모펀드 출자자들이다"며 "원고의 청구에 이유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도 "주식의 실질적인 양도자를 AIG 라부안 법인이 아니라 AIG 모펀드의 출자자들로 보아 법인세 징수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 주식양수도계약은 일종의 교환계약이므로 주식의 양도소득금액은 현금 및 약속어음, 주식거래 대가로 받은 이동통신사 주식의 취득 당시 시가를 합하여 산정해야 한다"며 "피고는 이와 다른 방법으로 소득금액을 산정했다"고 1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주식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가 AIG 모펀드의 출자자들이 아닌 AIG 모펀드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IG 모펀드는 뚜렷한 사업목적을 가지고 설립된 영리단체로 오로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사건 주식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외국법인이 내국법인 발행 유가증권을 교환하는 방법으로 양도하는 경우에도 원천징수분 법인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양도소득금액은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들이 정한 '실지거래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며 "주식 양도 대가로 받은 현금과 약속어음, 이동통신사의 주식 취득 당시 시가를 합해 산정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