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KT의 자회사인 KT 텔레캅이 중소업체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해당 업체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한 KT가 이럴 수 있냐며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계훈희 기자입니다.

[기자]

한 중소업체가 지난 2002년 개발한 방범 프로그램입니다.

KT텔레캅에 납품하기 위해 만든 제품입니다.

하지만, KT텔레캅은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은 채 한번 써 보겠다며 견본 프로그램만 사갔습니다.

[인터뷰:심이섭, KT텔레캅 협력업체 대표]
"정식 계약하자는 이야기가 없어서 그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거나, KT텔레캅이 아파트에서 수주를 많이 못했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업체는 최근 아파트 100여 곳에서 이 프로그램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KT텔레캅이 지난 10년 동안 협력업체 모르게 프로그램을 무단 복제해 사용하고 있었던 겁니다.

[인터뷰:심이섭, KT텔레캅 협력업체 대표]
"계약 프로그램을 보면 분명하게 불법 사용하면 안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KT텔레캅은 지난 2001년 업체와 맺은 양해각서에 따라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해각서에는 개발 비용이 필요할 경우 양측이 함께 부담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KT텔레캅은 개발비를 한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맺은 불공정, 불평등 계약 때문에 중소업체가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합니다.

[인터뷰: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핵심 아이디어를 낸 것도 아니고 개발비용을 댄 것도 아닌데 잘 만들면 사줄게라는 구두약속 정도, 그런 경우 소유권을 주장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게다가 KT텔레캅 역시 프로그램을 몰래 사용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KT 내부 문건을 보면, 협력업체 프로그램을 무단 도용했고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KT 텔레캅은 YTN이 취재를 시작하자 단순한 직원의 실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박정서, KT텔레캅 경영지원실 팀장]
"자료 작성 담당자가 2001년도에 작성한 양해각서를 인지하지 못하고 실수로 작성한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결국 협력업체는 KT텔레캅을 고소했고, 경찰은 최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습니다.

해당 업체는 사업 포기까지 감수하며 KT텔레캅측과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KT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