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캐피탈-비씨카드 지분관계 분리..뭉쳐있던 금융계열사 흩어져
통신 공룡 KT가 비씨카드를 직접 품는다. KT캐피탈을 통해 소유하고 있었으나 구조를 바꿔 KT가 직접 비씨카드를 자회사로 안고 가기로 했다. KT의 행보는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일반의 추측과 반대의 행보다. 이번 분할합병 조치로 KT그룹내 금융 계열사(KT캐피탈, 비씨카드)는 뭉쳐있다가 흩어지는 모양새가 된다. 9일 KT에 따르면 KT캐피탈은 비씨카드 지분(69.54%)을 갖는 투자사업부문과 기존 사업인 여신전문금융업 부문 등 두 개의 회사로 분할해, 이중 투자사업부문이 KT와 합병한다고 밝혔다. KT캐피탈에서 분할되는 투자사업부문은 비씨카드 지분을 갖고 있으므로 이 투자사업부문이 KT와 합병하면 비씨카드는 KT의 자회사가 된다. 이번 거래는 KT가 금융과 통신의 컨버전스(융합)에 대비하고 기존에 해왔던 모바일결제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위한 사업적 결단이다. KT 관계자는 "모바일 결제 사업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고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다양한 사업적 효율을 이룰 수 있다"며 "비씨카드가 손자회사로 있을 때보다 자회사로 있을 때 업무 접점이 넓어지고 빠르게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분할합병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거래는 다소 뜻밖이다. 2011년초 KT는 KT캐피탈을 통해 비씨카드를 인수할 때 금융업 시너지를 노려 KT캐피탈 아래로 비씨카드를 배치했다. 여신전문금융업과 카드업의 조화를 찾아 사업을 발굴하고, 무엇보다 M&A 이후 비씨카드 임직원의 적응을 위해서라도 비슷한 업종인 KT캐피탈이 제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지금의 KT-KT캐피탈-비씨카드 순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이번에 비씨카드가 KT의 자회사가 되면 한 바구니에 담겨 있던 KT그룹내 금융 계열사는 따로 흩어지게 된다. 'KT(69.54%)-비씨카드', 'KT(83.59%)-KT캐피탈' 식이다. 모두 KT의 자회사이지만 아무래도 비씨카드는 KT캐피탈 아래에 있을 때와 다르게 금융 쪽보다는 통신 쪽에 더 사업 포커스를 두게 된다는 변화가 있다. 모회사가 통신회사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흐름인지도 모른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KT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고 있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KT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은 그동안 사실무근임을 여러차례 밝혀 왔고 이번 거래 역시 지주회사 문제와 연관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뜻도 없거니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뜻 역시 이 거래와 연관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동안 시장에서는 회사측 부인과 달리 끊임없이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타진됐다. 지주회사 제도만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자회사 관리가 가능한 지배구조 제도가 현재로서는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만일 KT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 또는 금융손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금융지주회사를 세웠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비씨카드가 KT캐피탈 아래 위치해야 금융지주회사 전환 작업이 쉬워진다. 지분이동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비씨카드가 KT캐피탈에서 KT로 가버렸으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이전보다 금융지주회사 출범 가능성이 더 낮아진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덧붙여 증권업 등 금융업 확장 전략 역시 이번 비씨카드 분할합병 거래로만 보면 머뭇거리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KT는 과거 일부 증권사 매물을 인수하기 위해 검토했었다. 이는 금융업을 키우기 위한 전략적 검토였다. 그러나 이번에 KT캐피탈과 비씨카드간 지분관계를 단절시킨 사례를 볼 때 KT는 금융업보다는 통신업에 더 방점을 두고 사업을 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KT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금도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지배구조 문제보다 사업적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