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kt CVC 실패의 의미
이 기사는 08월19일(13:28)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KT가 사내 벤처투자팀을 통폐합했다. KT는 20여년 넘게 사내벤처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ㆍCVC)를 운영해왔지만 벤처투자업계에서 KT CVC의 존재감은 희미했다. KT는 전략적인 유인을 제시하지 못했고, 시간이 갈수록 지원은 줄어들고 간섭은 늘어갔다. 결국 핵심 인력 이탈로 인해 독립적으로 운영돼왔던 벤처투자팀은 사내 본사 조직에 흡수됐고, 인력은 흩어지고 충원되기를 반복했다. 그동안 KT는 꾸준히 중소·벤처기업 및 콘텐츠 제작 지원을 위해 자금을 대왔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의 의무처럼 행해진 측면이 많았다. 인텔 등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CVC 운영을 통해 전략적으로 회사의 신사업 모델을 찾고, 기업을 확장시켜 나가는데 벤처투자를 활용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KT는 출자사업이 아닌 내부 벤처조직 운영에서는 '판정패'를 당한 셈이다. KT뿐만 아니라 대기업 소속이거나 계열 벤처캐피탈들도 이와 비슷한 사정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이나 조직운영 측면에서 벤처캐피탈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기업스러운' 일률적 잣대로 간섭이 이뤄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은 조직에 속해 있지만 사실상 개인으로 활동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소속 회사가 바뀌어도 투자한 기업의 성과 꼬리표는 투자한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따라간다. 투자를 잘하는 벤처캐피탈은 투자를 잘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이 많기 때문이다. 수 십년 벤처투자를 해온 한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리스크 관리는 벤처캐피탈리스트 스스로 하는 것이지, 리스크 관리팀이 하는 것이 아니다"고. 아니, "불가능하다"고. 경영자는 하부조직에 대한 통제욕구를 갖기 마련이다. 조직의 사이즈가 큰 대기업일수록 그 욕구는 더욱 크다. 사람은 예상이 어렵지만 시스템은 질서정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조율과 통제가 아닌 자연스러운 융화로 시스템이 만들어질 필요도 있다. 벤처캐피탈 컨트롤 타워는 개별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자유롭게 활동할 배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스토리가 완성된다. 벤처캐피탈의 투자는 스토리다. 인물의 성격이 분명하며, 그 분명한 성격의 인물들이 걸출한 '사건'을 만들어낸다. 배경은 인물이 사건을 벌이도록 존재하는 것이지, 스스로 인물이 될 수는 없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