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휴대전화 보조금도 과세 대상” KT, 1140억원대 부가세 소송 패소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9월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보조금 금지법)’을 놓고 이동통신사 및 대리점 등의 속내가 복잡한 가운데, 법원이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도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이라고 판결했다. 보조금은 부가가치세법상 과세할 수 없는 ‘에누리액’에 해당한다고 본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어서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서울고법 행정5부(부장 조용구)는 KT가 “휴대전화 보조금에 대한 과세는 부당하다”며 전국의 세무서 13곳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경정거부 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KT는 휴대전화 보조금이 부활된 2006년부터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정상가로 판 다음 통신서비스를 일정기간 사용하는 소비자에 한해 할인 판매하도록 한 뒤, 나중에 대리점에서 할인액을 뺀 나머지만 회수해왔다. KT는 당초 보조금을 과세표준에 포함해 부가가치세를 신고하고 납부했다가 2009년 “보조금은 부가가치세법상 면세대상인 에누리액에 해당한다”며 2006∼2009년 납부한 1144억9000여만원을 환급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에누리액은 재화 또는 용역이 공급될 당시의 가액에서 공급조건에 따라 일정액을 공제한 금액을 말한다.
재판부는 휴대전화 보조금이 대리점의 단말기 공급가격에서 직접 공제되는 금액으로 볼 수 없어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는 에누리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KT와 대리점 간에 단말기 할인 판매에 관한 약정이 없었던 점, KT의 보조금은 휴대전화 가입자에게 단말기 구입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것인 점, 대리점은 가입자가 KT에 대해 갖는 보조금 채권을 승계받아 이를 KT에 지급해야 할 단말기 대금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정산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KT는 신세기통신의 단말기 보조금을 에누리액으로 본 2003년 대법원 판례를 들어 환급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세기통신은 대리점과 할인 판매에 대한 약정을 분명히 맺었고 할인금액만큼 직접 공제하는 취지로 수정한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며 KT의 거래형태가 신세기통신과 다르다고 봤다.
이번 법원 판결은 KT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3사 모두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KT와 유사한 방식으로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해왔고, 세금을 내왔기 때문이다. 다만 각사마다 회계기준과 보조금 지급방식이 달라 KT에 대한 판결을 그대로 적용되리라 속단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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