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900㎒ 주파수를 놓고 ‘사용이 불가능한 주파수’라며 문제를 제기했던 KT가 최근 이 주파수에서 버젓이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드(LTE-A) 서비스를 제공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KT는 물론 KT노조까지 합세해 “불량 주파수 문제를 해결하라”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주파수에 별 문제가 없음이 드러난 셈이다. KT가 지난 8월 말 끝난 주파수 경매에서 자사에 유리한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900㎒ 주파수 문제를 끌어들여 거짓 주장을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KT는 서울과 5대 광역시에 이어 전국 84개 시의 주요 지역에도 LTE-A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KT는 그간 서울시 주요 지역에만 제공되던 광대역 LTE 서비스도 이날부터 서울과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대했다. 표현명 사장은 “KT가 세계 최초로 시작한 ‘광대역 LTE-A’ 서비스를 최단기간에 서울 전 지역과 전국 84개 시로 확대해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KT의 LTE-A 서비스는 1.8㎓ 주파수와 900㎒ 주파수를 하나로 묶어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사용한다. 900㎒ 주파수의 경우 KT가 지난 7월16일 공개시연회를 열어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제기했던 주파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KT가 주장했던 900㎒ 주파수 불량 문제가 사실상 ‘거짓말’과 다름없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T는 공개시연회 당시 900㎒ 주파수에서 이동통신단말기와 주차장 전자태그 개폐기 등과의 전파간섭 현상을 선보인 뒤 “간섭으로 최대 50% 이상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가 감소한다”고 밝혔다.
이어 “간섭 문제를 해결해야 LTE-A 구축이 가능하지만 지난 10개월간 서울시 4개 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쳤다”며 “전국의 전파간섭 문제를 다 해결하려면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KT는 지난달 14일 “서울과 5대 광역시에 LTE-A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날 전국 84개 시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서울 4개 구의 간섭 문제를 해결하는 데 10개월이 걸렸지만 이보다 훨씬 지역이 넓은 5대 광역시와 전국 84개 시의 간섭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불과 두 달도 채 안 걸린 셈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KT가 주파수 경매에서 1.8㎓ 인접대역을 낙찰받기 위해 일부러 900㎒ 문제를 크게 부풀려 ‘동정여론’을 호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900㎒ 주파수 문제를 제기하는 동안 많은 사회적 논란과 소모가 발생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별도의 주파수 설명회를 열어 해명에 나서는 등 업무에 지장을 받았고, KT노조가 연 크고 작은 집회로 인해 수많은 경찰력이 동원됐다. 이통 3사 간 비방전이 불거졌고. 노조끼리 갈등을 겪기도 했다. 결국 KT는 지난 경매에서 원하던 1.8㎓ 주파수를 낙찰받는 데 성공했다.
KT 관계자는 “900㎒ 주파수에 간섭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로 주파수 간섭 현상이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매를 앞두고 KT가 1.8㎓ 인접대역 주파수를 못 가져가도록 시장가치 등을 부풀리는 등 여론을 호도한 것은 오히려 경쟁사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