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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곪아터진 거대공룡, 위기의 KT ]‘원래KT-올레KT’ 갈등에 한국 대표기업이 ‘흔들’

통신 문외한 인사 대거 영입…조직력 와해되고 성장동력 잃어

최종수정 2013-11-20 10:12

#거대 통신사 KT 내에는 ‘원래KT’와 ‘올레KT’가 있다.


KT 직원들 스스로 3만2000명 직원 전체를 두 그룹으로 나눈다. ‘올레 KT’는 2009년 이후 영입돼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100명 내외의 멤버이고, 이들은 나머지 기존 KT 직원들을 ‘원래 KT’로 부른다. 2009년은 다름 아닌 이석채 전 회장이 KT CEO로 취임한 해다.


자회사 52개, 직원수 3만2000여명, 재계순위 11위에 달하는 거대 공룡, KT가 휘청거리고 있다.

심각한 동맥경화로, 갈수록 탄력을 잃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앞선 창의력도, 신선한 글로벌 먹거리를 찾아낼 만큼의 속도전도, 숨가쁜 영토확장을 위한 공격적 투자공세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신성장동력 에너지도, 글로벌 M&A를 할 만큼의 자금력도 없다.


곪아터진 KT의 현주소는 단순히 CEO가 도중 하차한 CEO리스크 때문이 아니다.  KT의 현 위기는 탄탄했던 KT의 근력을 흐물흐물 풀어헤친 ‘허물어진 조직문화’ 때문이다. 국가 기간 통신사업자로서 IT 생태계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KT의 위상은 온데 간데 없다. KT의 무너진 조직문화는 이석채 군단이 KT를 경영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 시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이석채 회장은 2009년 취임 직후 KTF와 합병, 6000여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한 바 있다.  문제는 이후 계열사를 50개로 늘리고 친분이 두터운 이른바 이석채 사단이 대거 영입, 요직을 차지하면서부터다.  비통신분야 외부 인력을 영입, 파격적으로 승진시키며 일선 현장에서 매출을 만드는 ‘원래 KT’멤버들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이 회장 취임 당시 처음에는 개혁을 기대했죠. 하지만 외부 영입 인사만 승진시켜 주고, 연봉 5억원이 넘는 파격적 대우를 해주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조직문화가 이상하게 변했어요. 누가 일하려고 합니까? 일선 영업현장에선 소속감이 별로 없어요. 일 안 합니다.”


직원들의 사기는 갈수록 떨어졌다 .상대적 박탈감은 매출 하락에 직격탄이었다.  원래 KT와 올레 KT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KT의 조직문화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낙하산 이석채 전 회장의 낙하산 부대, ‘조직와해의 도화선’


2009년 1월 취임한 이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영을 선포, 본사 인력 3000여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KTF와 합병, 아이폰을 도입해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때부터 조직 내 불협화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문제는 기존 직원을 늘 개혁의 대상으로만 평가했다는 점이다. 측근 낙하산 인사는 무려 2년 넘게 이어졌다.


이른바 ‘이석채 낙하산사단’으로 불리는 외부 인력들은 대부분 통신 문외한이었다. 김일영·김홍진 사장과 박준식 상무 등 이른바 ‘BT(브리티시텔레콤) 출신’이석채 사단의 핵심 3인방들은 수많은 인수합병(M&A)과 분사, 각종 해외투자 등을 주도했다. 하지만 신성장동력을 찾기는커녕 KT 동맥경화를 악화시키는 초라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


이 회장의 경복고 동문 멤버도 이사회 의장, 인사총괄임원 등 요직을 줄줄이 꿰찼다. MB정부 낙하산인사로 KT에 입성한 이석채 회장은 100여명 가까운 외인부대를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다. 회의석상에서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고, KT에는 이 회장 목소리만 존재하는 제왕적 조직문화가 5년간 이어졌다.


◇제왕적 조직문화… 성장률은 마이너스


지난 국감에서 KT내 MB, 박근혜 정부‘낙하산인사’가 36명이나 된다고 지적된 바 있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지낸 홍사덕 민화협 상임의장(KT 경영고문), 공보단장을 지낸 김병호 전 의원(KT 경영고문), 김종인 전 경제민주화추진단장(KT 경영자문) 등 캠프 출신 인사가 대거 포함됐다. 또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병원 사외이사 등 현 정부 인사도 포진하고 있다. 이춘호 EBS 이사장(KT 사외이사) 등 이명박 정부 인사들도 요직을 지키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여동생인 오세현 신사업본부장과 전 MB정책특보를 지낸 임현규 부사장, 이 회장과 고교 대학 동기인 김성익 KT미디어허브 감사, 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부하 직원으로 일했던 이성해·석호익 KT스카이라이프 고문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로 인해 KT는 비정상적인 인력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 취임 이후 직원 숫자는 10%가량인 약 3000명이 줄어든 반면, 임원 숫자는 공개된 임원만 133명으로 약 150% 증가했다.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KT의 휴대폰 시장점유율은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2009년 1월 31.5%(1442만명)에서 올해 7월 말 30.3%(1641만명)로 감소했다. 최근 1~2년 사이에는 점유율과 가입자 수 모두 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2년에는 전체 가입자가 6만명 줄었고, 올해는 7월까지만 무려 9만명 감소했다.

번호이동(MNP) 시장에서의 고전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2년 상반기 31만7000명, 2012년 하반기 12만명, 2013년 상반기 8만7000명이 순감했다. 이탈 추세는 최근 가속도가 붙고 있다. 최근 두 달(7월 5만명, 8월 9만2000명) 새 무려 14만명 이상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로 빠져나갔다.


와해된 조직문화는 결국 KT의 매출감소와 성장동력이 서서히 활기를 잃어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범근 기자 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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