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업들 ‘직원 마음 치유’ 경영 바람2013.12.02 01:29
‘힐링’이 사회의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들도 직원의 ‘마음 치유’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 구성원의 마음이 건강해야 창의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고, 무엇보다 활기찬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첨단기술에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일상의 트렌드를 이끌어 나가는 IT업계가 특히 직원들의 마음 관리에 적극적이다. 이들 업체는 우울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하는가 하면, 힘든 업무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가족·동료들과의 시간을 통해 컨디션을 회복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정신적 피로와 고충이 직급에 따라 상이하다고 보고 ‘직급별 멘털 헬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본사에 상주하던 전문 심리상담사가 임상 경험을 통해 직원들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직급별로 특징들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강도가 큰 팀장급을 대상으로는 일터에서 잠시 떠나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리언스’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그 밖의 직원들은 아침 명상 프로그램 ‘행복한 아침의 마음습관’이나 미술치료를 통해 상담을 받는 ‘마음의 숲’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김은선 상담실장은 1일 “명상이 습관이 되면 본인만의 자생력을 가지고 근본적인 ‘힐링’이 가능하다는 취지에서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직장 내 상시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곳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KT는 이달 초 직원 심리상담센터 ‘해아림’을 열었다. ‘아픈 마음을 헤아린다’, ‘햇살이 아름다운 숲’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해아림에서는 개인상담, 가족상담, 심리검사 및 팀 단위 힐링 프로그램 등을 실시한다. 또 감정노동 강도가 높은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프로그램 ‘허그(Hug)’를 통해 직원들이 일하는 사업장에 직접 찾아가 마음을 치유해 주고 있다. 부산국제센터 거제해저중계소에 근무하는 송득성 매니저는 “얼마 전 거제도 끝자락까지 상무님과 동료들이 찾아와 격려해줬다”면서 “회사에서 저한테 관심을 쏟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로 잘 알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업무로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과 함께 추억을 만들며 기운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한다. SK텔레콤은 매월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직원 가족들의 신청을 받아 3∼4개 팀이 지역축제 등에 함께 참여하고 맛집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일찍 출근하는 직원에게 맛있는 아침밥을 공짜로 주는 ‘얼리 버드(Early Bird)’ 제도로 직원들의 몸과 마음을 든든히 챙기기도 한다.
마음 치유 프로그램들은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 못지않게 회사가 구성원들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직장인들은 업무에 치이다 보면 자신이 회사에 이용당하다가 버려질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기 쉽다”며 “회사가 직원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좋은 마음 상태를 유지하게 할 수 있는 상시적 힐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