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미래 신금융사업으로 추진했던 `모카 월렛(전자지갑)` 사업을 자회사인 비씨카드에 이관한다. 비씨카드도 KT 제안을 받아 사업 타당성 검토에 착수해 내년 초 최종 방안을 확정한다.

최근 KT는 자체 모바일 전자지갑인 모카 월렛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금융 자회사인 비씨카드로 사업을 통째로 넘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KT 모카월렛은 초기만 해도 구글 월렛을 뛰어넘는 강력한 글로벌 스마트결제 플랫폼으로 눈길을 끌었다.

개인 정보 유출 방지는 물론이고 근거리무선통신(NFC), QR코드 등 결제 다변화를 표방하며 국내 대표 전자지갑으로 이름을 알렸다. 60여개사를 연합해 `모카 얼라이언스`를 조직하는 등 토종 전자지갑의 세계화를 주창하며 공들여온 이석채 KT 회장의 야심작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후 모카월렛 사업은 협력사 갈등과 KT의 소극적 마케팅 활동으로 대형 가맹점 연동작업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실제로 KT가 전면에 내세웠던 대형 가맹점인 홈플러스와 이베이에 모카 연동작업은 전면 중단됐다.

그 이면에는 KT와 협력사인 하렉스인포텍 간 내부 갈등이 주효했다. 모카 사업 계약 시 협력사인 하렉스인포텍이 가맹점을 확보하면 KT가 공동 프로모션과 마케팅 지원을 책임진다는 조건이었지만 대형 가맹점 계약 후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지원 등을 KT가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최근 테스코 고위관계자가 국내 홈플러스 모카월렛 시범 사업을 둘러보고자 내한했지만 모카 연동작업이 되지 않아 한 곳에만 모카 플랫폼을 위장 설치해 보여주는 사례도 발생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KT는 하렉스인포텍 동의를 얻어 사업 계약 내용을 변경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협력사 동의가 없으면 모카 사업은 다른 기업에 이양하거나 사업권을 줄 수 없다. 계약 조건을 변경하고 KT 계열사 등 다른 기업도 모카 사업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점 조항을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KT는 모카 사업 주체를 비씨카드에 모카 사업을 이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유수 가맹점을 보유한 비씨카드를 통해 모카 사업을 체질 개선하겠다는 취지지만 당초 KT가 제시한 전자지갑의 글로벌화는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모카월렛 서비스가 금융과 밀접한 사업이기 때문에 비씨카드와 여러가지 시너지 방안에 대해 내부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사업 전체를 이관하는 것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비씨카드 관계자도 “KT가 협력사와 독소조항(독점 계약)을 폐기하고 동의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비씨카드가 모카 사업권 전체를 가져올지는 확정된 게 없다”며 “모카 사업을 육성하는 여러 협력 방안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