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 '人事 태풍' 부나...황창규 "외부에 인사청탁 처벌한다" 경고
황창규 KT 회장 내정자가 임원들에게 전달한 첫번째 중점 메시지이다.
황 내정자는 19일 서울시 우면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KT 최고위 임원들로부터 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앞으로 인사청탁을 할 경우, 불이익은 물론 처벌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이는 앞으로 내부의 기강을 바로잡으면서 외부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황 내정자는 이어 “KT의 경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임원들이 앞장서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KT의 고질적인 병폐이자 경쟁력 약화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혀온 ‘낙하산 인사’를 근절(根絶)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KT 안팎에선 전임 회장의 ‘낙하산 인사’들을 정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돼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KT 안에서 이석채 전 회장의 낙하산 인사로 분류된 인물은 36명으로, 180여 명(계열사 임원 포함)의 임원 가운데 20%에 달한다. 때문에 임원 수십 명이 교체되는 등 ‘인사(人事) 태풍’이 불 것이라는 예상이 파다하다.
전체 KT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KT 직원은 3만2000여명에 달한다. 경쟁사 대비 1조5000억원을 더 쓰는 인력 구조가 경영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황창규 내정자는 19일 보고자리에서 몇가지 강조사항을 전달했으며, 이는 메모형태로 일반 임원들과 직원들에게 전달됐다.
황창규 내정자는 이날 “KT 임원들은 존경받는 임원이 되어야 한다. 미래와 비전을 제시해 KT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우리는 재벌 흉내를 내서는 안된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합리적이고 성과중심적이며 투명한 경영이 이뤄져야 하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경우 전 조직적 역량을 실어줘야(임파워먼트·empowerment)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석채 전 회장 재임 기간 동안 정부와 지나치게 각(角)을 세운 점을 반성하고, 통신전문기업으로서 잃어버린 정체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임 이석채 회장은 ‘탈(脫)통신’을 기치로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 취임 전 30여개던 계열사를 53개까지 늘렸다.
그룹 매출은 커졌지만 이익은 늘지 않았다. 시너지 창출보다는 통신사업 부진을 비(非)통신사업 실적으로 메우느라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황창규 내정자는 시너지가 없는 사업을 정리하고 성과 위주로 재편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 16일 KT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에서 신임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된 황 내정자는 조만간 전담반을 꾸려 본격적인 업무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KT는 다음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황창규 내정자를 회장으로 공식 선임한다. 선임되면 임기는 2017년 정기 주총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