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감가상각비 툴툴 털어 분기 적자…황창규 회장 앞길 '청소'?
김아름 기자 2014.01.29 08:33:27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민영화 이후 첫 매출 감소' , '4년만의 첫 분기 영업적자'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석채 전 회장 재임 중에 활발한 M&A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4분기에 적자로 전환하고 연 매출도 감소하면서 실적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황 회장의 입장에서는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분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매출 23조8천10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0.2% 감소한 금액으로 2002년 KT가 민영화한 이후 연간 매출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2013년 연간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8천740억 원에 달하지만 이조차도 전년도 1조2천억 원에 비해서는 27.7%나 감소한 금액이다.
지난해 1분기 3천670억 원 흑자를 기록했던 KT는 2분기에는 3천480억 원, 3분기에는 3천80억 원으로 이익이 줄다가 4분기 적자전환으로 지난해를 암울하게 마무리했다.
부동산 및 동케이블 매각수익 감소로 영업외 수익이 2012년 1조2천860억 원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든 6천90억 원에 그쳤고 LTE 가입자 유치전에서 LG유플러스(부회장 이상철)에 밀리며 단말기 판매량이 감소, 상품수익이 4조6천억 원에서 13.8% 줄어든 3조9천670억 원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KT가 올해에도 마땅한 반전의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통신 계열사의 확장으로 외형은 커졌지만 지난 10년간의 실적 그래프가 보여주듯 매출이 7조 원 가까이 늘어나면서도 영업이익은 되레 감소했다.
유선을 끌어안고 갈 수 밖에 없는 KT가 성장성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미디어·콘텐츠 부문 매출이 2012년 1조680억 원에서 1조3천380억 원으로 25.3% 증가했고 BC카드를 위시한 금융·렌탈 부문도 7.4% 성장해 비통신부문이 그나마 성장동력 노릇을 해주고 있는 것이 위안거리다.
또 4분기 영업적자 전환이 황창규 회장 취임 전에 감가상각비를 털어내 새 회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일종의 ‘청소’였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2012년 3조2천740억 원 수준이었던 KT의 감가상각비는 지난해 3조5천670억 원으로 3천억 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4분기에는 9천210억 원을 감가상각비로 지출, 9천870억 원을 기록했던 2008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9천억 원대를 기록했다.
두 명의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 분기에 감가상각비가 역대 최대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이 외에는 분기별 감가상각비가 9천억 원을 넘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수장을 새로 맞이하면서 실적에 부담이 될 요인을 최대한 정리하고 새 회장이 실적을 쌓기 좋게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KT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주파수 경매, LTE 투자 등의 이슈가 많았던 데다가 재고자산 처리 등의 문제가 겹쳐 감가상각비가 늘어난 것”이라며 “재무건전성을 위해 처리해야 했던 부분들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KT 황창규 신임 회장은 취임 이틀째인 28일 긴급회의를 가지며 자신의 기본급 30%를 반납하고 장기성과급 역시 받지 않겠다며 실적 개선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또한 55개에 달하는 계열사 중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고 모든 투자와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비상경영 방침을 밝혔다.
취임하자마자 전임자가 남긴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황 회장이 이 같은 노력을 통해 KT를 얼마나 성장시킬지 주목된다.
[CEO스코어데일리/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