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정리 선언한 KT '황창규의 살생부' 희생 대상은? 종속기업 실적현황
김아름 기자 (armijjang@ceoscore.co.kr) 2014.03.31 11:25:47
KT 황창규 회장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통신부문의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들 기업이 지난해 모기업의 부진을 메우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되고 있다. 특히 최근 매각설에 휘말린 KT캐피탈과 BC카드, KT렌탈이 수천억 원대의 순이익을 내며 KT의 적자를 줄이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다만, 연간 매출 500억 원 이하의 소규모 계열사들은 지난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냈다. 따라서 황 회장이 언급한 부실 계열사 정리도 이들 기업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지난해 KT는 개별기준으로 매출 17조9천371억 원, 당기순손실 3천92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매출 18조8천632억 원, 당기순이익 7천88억 원을 기록한 것에 비해 외형은 커진 반면, 당기순이익은 1조 원 넘게 까먹은 셈이다.
이에 비해 KT가 지배하고 있는 42개 종속회사들은 지난해 매출 9조1천461억 원, 당기순이익 4천51억 원을 기록하며 모기업을 압도하는 실적을 거뒀다. 계열사들의 활약에 힘입어 KT의 연결기준 적자규모는 603억 원으로 개별기준에 비해 3천320억 원이나 줄어들었다.
매출은 전년보다 1.3% 줄었지만 순이익이 31.5%나 늘며 KT그룹에서 가장 뛰어난 실적을 거뒀다. KT렌탈(대표 표현명)도 매출 8천853억 원, 순이익 324억 원을 기록, 매출과 순익 모두 전년대비100% 이상 성장했다. 공교룝게도 KT캐피탈과 KT캐피탈의 자회사였던 BC카드는 물론, KT렌탈까지 3개사 모두 최근 매각설이 나돌고 있다. 이들 기업이 정리될 경우 KT의 실적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부동산개발 전문업체인 KT에스테이트(대표 최일성)의 경우 매출은 전년대비 10배 이상 늘어난2천529억 원, 순이익은 7배 이상 늘린 227억 원을 기록했다. 보안업체인 KT텔레캅은 매출이 20%가까이 줄어든 와중에도 순이익은 45% 증가했다. 비통신 계열사를 대표하는 이들 4개사만 따져도 매출은 4조6천800억 원, 순이익은 1천883억 원에 달한다.
비통신 계열사만 호조를 보인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매출 1천억 원 이상을 기록한 통신 계열사 10개 가운데 매출이 가장 적은 KT파워텔(대표 엄주욱)과 KT링커스를 제외한 8개사가 일제히 순이익을 늘렸다. 2012년 78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통신유통 기업 KT M&S는 지난해엔 226억 원 흑자로 돌아섰으며 KT하이텔 역시 89억 원 적자에서 36억 원 흑자로 전환했다.
무궁화 위성 불법판매 건으로 시끄러웠던 KT샛과 대출사기 사건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KT ENS도 전년대비 큰 개선을 이뤘다. KT샛(대표 김일영)은 2012년 매출 103억 원, 순이익 17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매출 1000%,순익이 3000% 이상 늘어나며 전체 계열사 중 매출은 12위, 순이익은 KT캐피탈과 KT스카이라이프(대표 이남기)에 이은 3위를 차지했다. KT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KT미디어허브(대표 김주성) 역시 매출이 144억 원에서 3천47억 원으로2000% 이상 늘어나며 단숨에 주력 계열사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다만 연간 매출 500억 원 이하의 소규모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다. 황창규 회장이 언급한 부실 계열사 정리도 이들 기업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 1천억 원 미만인 28개 계열사는 총 매출 3천387억 원에 순손실 251억 원을 기록했다. KT서브마린과 나스미디어, KT엠하우스가 수십억 원대의 흑자를 냈고 나머지는 전부 적자였다.
KT 관계자는 "지난해 무선영업 부진과 유선에서 하락세를 막지 못해 결과적으로 손실이 컸다"면서 "지난해 손실에는 주파수비용, 과징금 등 일회성 요인도 많았던 만큼 올해엔 지난해같은 적자행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제기된 KT캐피탈과 KT렌탈, BC카드 등의 매각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원론적인 개념에서 매각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뿐 실적이 좋은 회사들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