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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소액주주 소송 17일 첫 재판…이석채·남중수·이용경 ‘과징금’ 배상책임 공방
“불법행위 방치”-“간여·종용 안해”
한겨레 김재섭 기자 메일보내기

“불법행위 방치”-“간여·종용 안해”

최고경영자로 재직하면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를 방치하다 규제기관에 적발돼 과징금이나 벌금 처분을 받아 회사에 금전적인 손해를 끼치고 이미지를 실추시킨 경우, 최고경영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나 없나? 이에 답을 줄 수 있는 재판이 17일 시작된다.

조태욱씨 등 케이티(KT) 소액주주 34명이 이석채 전 회장과 남중수·이용경 전 사장을 상대로 임직원들의 불법행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회사에 끼친 손해를 대신 배상하라는 주주대표소송을 내, 17일 서울지방법원(제 31 민사부)에서 첫 재판이 열린다. 소액주주들은 불법행위를 방치해 손해를 끼친 것이니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피고 쪽은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케이티 소액주주들은 소장에서 8가지 사유를 들어 전직 최고경영자 3명에게 회사에 총 257억720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소액주주들은 후발 시내전화 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지금은 에스케이브로드밴드)과 요금을 내리지 않기로 짬짜미를 하다 적발돼 949억6000만원, 고객을 본인 동의도 없이 ‘맞춤형 정액제’에 몰래 가입시켜 요금을 더 받아내더 들통 나 104억900만원, 삼성전자·엘지전자 등과 휴대전화 공급가 및 출고가를 짬짜미해 시장질서를 흐리다 걸려 53억63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문 것 등을 회사에 손해를 끼친 주요 사례로 꼽았다. 반인권적인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해 회사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고, 휴대전화 불법 보조금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 등도 들었다.

소액주주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케이티노동자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은 “피고들은 직접 불범행위를 하지 않았고 불법행위를 하라고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발뺌하지만, 최고경영자가 직원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주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맞춤형 정액요금제 몰래 가입 건은 무려 7년이나 언론 보도가 이어지는 등 논란이 많았는데도 전직 최고경영자 3명 모두 ‘폭탄 돌리기’를 하며 사실상 방치해 사태를 키웠다.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케이티 소액주주들은 회사 쪽에 손해배상 소송을 요구했으나 회사가 나서지 않자 직접 소송을 냈다.

이 전 회장과 남·이 전 사장은 대리인을 통해, 불법행위에 관여했거나 이사회 결의 및 업무지시 등을 통해 불법행위를 종용한 사실이 없는만큼 손해배상 요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재판 결과는 고객 개인정보를 대량 유출해 검찰 수사 및 방송통신위원회 조사를 받는 중인 케이티의 황창규 회장은 물론이고, 다른 기업 최고경영자들에게도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기업 쪽 법률 대리 일을 많이 하는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소액주주들이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은 사실상 처음이라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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