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경영혁신' 찬물 끼얹는 계열사들
KT M&S, 엔써즈, KT링커스 등 재무 악화 심각
자본잠식 계열사도 3곳이나
아시아투데이 손지은 기자 = 황창규 KT 회장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재무구조 악화로 이름값을 못한 KT 계열사들이 모기업의 지원만 바라보고 있다. 황 회장이 인력감축 등을 통해 조직에 쇄신 바람을 불어 넣은 뒤 부실 계열사 사업재편도 함께 해야할 숙제가 남겨진 셈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KT 계열사 40개 중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계열사가 6개, 자본잠식에 빠진 계열사가 3개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계열사들의 유동부채 총액은 3000억원 대다. 이에 따라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는 KT가 재무 악화 계열사들 정리에도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KT M&S, 엔써즈, KT링커스 등의 재무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 후 명예퇴직 대상자들이 2년 간 근무할 수 있다는 KT M&S는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와 차입금이 각각 2099억원과 1000억원에 달한다.
KT M&S는 2009년 KT프리텔을 흡수합병하면서 KT가 100% 지분을 소유한 단말기 유통 업체다. KT M&S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385.2%에 달했다. 2012년에는 672.4%의 부채비율을 기록하는 등 고질적인 재무부담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은 계열사인 KT캐피탈로부터 조달한 200억원을 포함해 1000억원이다. 2012년 782억원의 적자에서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지만 현금성 자산이 111억원에 불과해 2000억원에 달하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KT 명예퇴직자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1년 말 KT가 200억원에 지분 45%를 인수한 동영상 검색 서비스 회사 엔써즈는 2년째 자본잠식 상태다. 자본총계는 2013년 -114억원, 2012년 -65억원이다. 인수 당시 벤처 신화로 거론되며 화제가 됐지만 지난해 말 엔써즈가 보유한 현금은 3000만원이지만 유동부채는 15억원에 달한다.
자본이 마이너스인 자본잠식 계열사는 엔써즈만이 아니다. 지하철 5~8호선의 미디어운영을 맡고 있는 스마트채널의 자본총계도 -396억원이다. 스마트채널의 재무상황에 대해 영업부진과 과도한 금융차입으로 기업의 존립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 되는 상황이다. 스마트채널은 KT의 재무적 지원이 없다면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장부가액 회수가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KT일부 계열사들은 KT의 지원만으로는 정상화되기 힘든 곳들이 있다”며 “모회사도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에서 부실 계열사들의 자금 마련에는 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KT의 공중전화 사업을 맡고 있는 KT링커스도 부채비율이 무려 832%에 달한다. 2012년에는 부채비율이 1125%에 육박했다. 내부거래 비율이 73%인 KT링커스는 KT를 비롯해 계열사들에게 248억원의 채무를 갖고 있다. KT캐피탈에게 조달한 230억원 등 단기차입금을 포함해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빚만 552억원에 달한다. KT링커스가 가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억원에 불과하다.
그 뿐만아니라 재무건전성이 좋지 않은 회사끼리 서로 빚을 내주며 위험한 거래를 하는 계열사들도 있다. 지난 2월 KT클라우드웨어는 빅데이터 업체 KT넥스알에 30억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KT넥스알은 이미 직전사업연도 자기자본이 -16억3600만원의 자본잠식으로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8월 KT클라우드가 KT넥스알 자기자본의 588%에 달하는 20억을 빌려주고도 6개월만에 추가차입을 해준 것이다. 게다가 KT클라우드웨어는 몇년째 수십억원대 적자를 내고 있다.
KT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KT가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던 KT ENS도 가차없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며 “KT의 자금 지원 없이는 살아날 수 없는 계열사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