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號 KT, 엔써즈에 '파란피' 이식하나
삼성벤처투자, 21억 CB 투자..'삼성 DNA' 이식 맞물려 관심
'황창규호(號) KT' 계열사 엔써즈가 삼성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황 회장 취임 이후 '삼성 DNA' 이식이 한창인 시기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벤처투자는 최근 SVIC25호 투자조합을 통해 엔써즈 전환사채(CB)에 21억 원을 투자했다. 이 CB의 만기는 1년이며 오는 2015년 10월 16일 전까지는 언제든 우선주로 전환 가능하다.
삼성벤처투자의 엔써즈 투자는 긴급 자금 수혈 성격을 띠고 있다. 엔써즈가 CB 발행 조건에 "사채 만기(1년) 이전에 적격 투자가 집행될 경우 전환비율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삽입한 까닭이다. 이같은 조항은 통상 조만간 신규 투자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야 삽입 가능하다는 게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동영상 검색 서비스 회사인 엔써즈는 이석채 회장 재직 시절인 지난 2011년 KT에 인수합병(M&A)됐다. KT로 인수된 이후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다는 이유로 이 전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등장할 때마다 빠짐없이 거론되는 M&A 사례다.
이처럼 이 전 회장의 유산으로 평가받는 엔써즈에 황 회장의 '친정' 자금이 공급됐다는 점을 놓고 엔써즈를 매개로 KT가 삼성과의 협력 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등장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삼성의 전략 육성 산업군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CVC(Corporate Venture Capital)다. 협력사를 비롯해 삼성 계열사와 사업적 관계가 높은 벤처기업에 투자한 사례가 많다. 전략적 투자자(SI) 형태로 오랜 기간 협력 관계인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M&A를 단행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엔써즈 투자에 전략적 포석이 담겨져 있다는 분석이 등장하는 것은 삼성벤처투자의 이같은 투자 성향이 고려돼서다. 투자 시점이 마침 황 회장이 삼성 출신 인사를 대거 영입하고, 대규모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등 삼성 DNA이식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분석에는 힘이 더해진다.
하지만 삼성벤처투자는 황 회장과 엔써즈 투자와의 연관성을 일축했다. 삼성벤처투자 관계자는 "해당 투자건은 이미 수년 전부터 검토돼 왔다"면서 "투자 금액 또한 많지 않아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