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뒷수습 급급했던 100일.. '1등 KT' 로드맵 제시하나
"회사가 어려운 시점에 회장으로 선임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대한민국의 통신 대표기업 1등 KT를 만들겠다"
지난 1월 27일 황창규 KT 회장은 '1등 KT'를 힘있게 강조하며 수장에 올랐다. 그는 업계의 쏟아지는 기대와 우려 속에서도 긴 말을 하지 않았다. '지켜봐달라'고 짧게 말을 던진 황 회장은 도전, 융합, 소통을 3대 경영원칙으로 제시하며 1등 KT 만들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1월 27일 KT 수장 자리에 오른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한 지 100일을 맞았다./ 스포츠서울닷컴DB
하지만 취임 직후부터 KT 내부 문제와 자회사 금융사기 사건부터 개인 정보 유출 사고, 가입자 쟁탈에 따른 불법 보조금 논란 등 각종 사건에 휩싸이며 험난한 100일을 보냈다. 사상 최대의 구조조정은 물론 연이은 삼성 출신 인사 영입으로 업계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기도 했다.
황 회장은 취임 직후 지난해 4분기 매출액 6조2144억 원, 영업손실 1493억6800만 원, 당기순손실 3007억 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하며 적자전환 했다. 이후 전체 임원수를 기존 3분의 2 규모로 축소하는 등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KT 대수술에 나섰다. 당시 임원급 직책 규모를 50% 이상 축소하고 전체 임원 수도 27%가량 줄였다.
그러나 2월 초 자회사인 KT ENS 직원이 연루된 사기 대출 사건이 터지면서 취임과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KT 자회사인 KT ENS의 시스템 영업 담당인 과장 김모(51)씨가 협력 업체와 짜고 가짜 채권을 발행해 사상 최대 규모인 2800억 원의 사기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허위 서류를 꾸미는 등 간 큰 행보를 보였으나 금융사와 KT 모두 1년간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에 홈페이지 해킹으로 전체 가입자 4분의 3인 1200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결국 황 회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간 곪아있던 각종 문제가 터지면서 취임하자마자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황 회장이 취임 후 언론과 첫 대면한 자리는 정보유출에 따른 대국민 사과문 발표가 됐다.
지난 3월 13일부터는 불법 보조금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어긴 책임으로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45일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영업정지가 끝나자 불법 보조금 지급 논란에 휘말렸다. 현재 KT는 영업정지 여파로 시장 점유율 30%가 붕괴된 상황이다. 이를 위해 KT는 약정 기간을 1년으로 단축시킨 '스펀지' 플랜 등 다양한 마케팅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가입자가 경쟁사에 비해 월등히 늘자 불법 보조금 지급 의혹이 새어나왔다.
지난달에는 8320명이라는 사상 최대 명예퇴직 신청자를 받았다. 특별 명예퇴직 기간을 하루 연장해 퇴직 희망자를 더 받기도 했다.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인건비를 줄이고 조직 슬림화를 통해 경영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황창규 회장은 지난달 24일 이메일을 보내 명예퇴직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고, 다시 한 번 잘해보자는 의지를 피력했다. 황 회장은 "이번 명예퇴직으로 수십 년간 회사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떠나게 됐다. 수장으로서 가슴 아프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최대한 빨리 업무체계를 정비해 고객 최우선 기조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 독한 마음으로 제대로 일해보자"고 전했다.
반면 이를 둘러싸고 KT새노조는 "혁신의 고통과 부담이 직원에게 전가됐다"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노조가 직원보다는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등은 KT정보유출과 명예퇴직 등에 반발해 소비자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이번 1분기 실적에서도 암울한 성적을 보이면서 황창규 KT 회장의 첫 경영성적표는 실망스럽다는 평가다. 30일 KT는 연결기준 1분기 매출은 5조8461억 원, 영업이익은 152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하면서 적자탈출에 실패했다. KT 역사상 2분기 연속 적자는 처음이다.
황 회장은 취임 후 네 명의 삼성맨을 영입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김인회 재무실장, 삼성물산 상무를 지낸 최일성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에 이어 지난달에는 서준희 전 삼성증권 부사장을 BC카드 대표이사로 각각 영입했다. 또한 KT는 윤리경영실 내에 경영진단센터를 설치하고 삼성생명출신 최성식 전무를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업계는 황 회장 체제 출범 이후 삼성 출신 인사가 KT에 임명되는 것을 두고 황 회장이 강조하는 '1등 KT' 코드에 맞추기 위한 행보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 DNA를 갖고 있는 황 회장이 KT 내부에 글로벌 1등 DNA를 심기 위해서는 삼성 경영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황 회장은 취임 이후부터 '싱글 KT'를 외치고 있다. KT와 전 계열사가 한 몸처럼 같은 방향으로 나가야만 글로벌 1등 KT를 실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29일 단행된 본사 조직개편에도 황 회장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KT는 전국 236개 지사를 79개로 통폐합했다. 최근 미디어콘텐츠 사업 개편 차원에서 KT미디어허브를 재합병하기로 결정한 것도 황 회장이 주창한 싱글 KT의 연장선상이다.
업계는 황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싱글 KT를 중심으로 한 1등 KT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연이은 악재로 뒷수습에 급급했으나,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삼성 피를 수혈 받은 만큼 황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야할 때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악화와 시장점유율 하락 극복이 우선과제로 꼽히는 만큼 황 회장이 구체적인 경영 방침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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