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 대기업들을 조명하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KT' 2탄 계열사 지분구조에 대해 살펴본다.
통신기업 KT(030200·회장 황창규)는 지난 2002년 민영화가 완료된 후 총수 없는 민간기업으로 통신과 비통신에 걸쳐 영역을 확대해왔다. 유선시장이 침체됨에 따라 무선시장으로 통신영역을 넓혔으며, 금융·부동산·스포츠 등 통신 외 다양한 분야의 계열사를 합류시켜 왔다.
이처럼 탈통신을 외치던 KT가 황창규 회장 선임과 함께 주력 사업인 '통신'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황 회장은 취임 후 '1등 KT, 통신대표기업'을 선언했고, 지난 20일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입해 유무선 기가 인프라를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이는 불필요한 계열사 구조조정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현황'에 따르면 재계순위 16위에 해당하는 KT는 올해 4월1일 기준 57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총액은 약 34조9740억원이다.
◆57개 계열사 중 비통신분야 20여곳 넘어
지난달 기준 KT는 국내 9개 상장사와 49개 비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상장사 가운데 △KT △KT cs △케이티스 △KT스카이라이프는 유가증권시장에, △KTH △KT 뮤직 △KT서브마린 △나스미디어 △이니텍은 코스닥에 상장돼 있다.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지난 3월31일 기준 8.9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 지분율은 63.47%다. KT는 18여개 계열사를 제외한 전 계열사에 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국내 9개 상장사와 49개 비상장사로 구성된 KT그룹은 주력사업인 통신 외 다양한 분야의 비통신 부문 계열사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KT 지분이 100%인 계열사는 △KT ENS △KT M&S △티온텔레콤 △KT 에스테이트 △KT샛 △KT미디어허브 △베스트파트너스 △오토피온 등이다. 이 중 KT ENS는 해당 회사 직원이 연루된 사기 대출 사건이 발생한 곳으로,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KT 미디어허브의 경우, KT 스카이라이프와의 합병설이 제기되고 있다. 또, KT M&S와 티온텔레콤·베스트파트너스는 자본잠식 상태다.
민영화 이후 KT는 이용경·남중수·이석채 전임 최고경영자(CEO)들을 거치며 점점 몸집을 키웠다. 공정위에 따르면 남중수 전 사장 취임 전인 2004년 4월 기준 KT는 11개 계열사를 보유했다. 남 전 사장은 2005년 8월 취임했으며, 이 후 2008년 4월 기준 29개로 늘어났다. 2009년 1월 이석채 전 회장이 취임한 후 같은 해 4월 계열사는 30개, 2013년 4월 54개까지 급증했다. 올해 4월 기준 KT를 포함한 계열 회사는 총 57개다. 이 중 주력사업인 통신업과 무관한 비통신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20여 계열사를 넘는다.
KT 계열사는 △통신 △미디어 △금융 △부동산 △렌탈 등으로 나눠지는데, 비통신 계열사 중 부동산업종은 KT 에스테이트·KT AMC·KD리빙 등 5곳, 차량 관련 서비스 및 렌탈 관련 계열사는 △KT렌탈 △KT렌탈오토케어 △KT오토리스 △그린카다. 금융업 계열사는 BC카드·KT캐피탈 등 8곳이다. △경영컨설팅업의 이니텍 △보안 관련 KT텔레캅 △KT스포츠 등도 비통신 계열사에 속한다. 통신분야의 경우, 미디어·콘텐츠 부문 계열사의 상당 부분이 중복돼 있다. △KTH △KT스카이라이프 △KT 뮤직 △KT 미디어허브 등 관련 계열사만 10여 곳에 달한다.
◆자본잠식·적자 계열사 줄줄 '재편 필요'
이처럼 KT 계열사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재계순위는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남중수 전 사장 취임 전인 2004년 4월과 올해 4월을 비교했을 때 계열사는 11개에서 57개로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재계 순위는 7위에서 16위로 떨어진 것.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20일 경쟁력이 없고 불필요한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 및 계열사 재편을 시사했다. ⓒ KT
상당부분의 KT 계열사들은 영업적자 또는 자본잠식 상태로, 상당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는 KT에 악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 해석된다. 2012년 기준 영업손실을 나타낸 계열사는 15곳이나 된다. 또, 자본잠식 상태인 계열사는 △KT링커스 △소프닉스 △KT M&S 등 10여곳 이상이다. 이 중 미디어 클라우드 사업 추진을 위해 2012년 계열사에 편입된 엔써즈와 스마트채널은 자본금을 모두 날린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KT 지분 93.82%를 보유한 KT링커스의 부채비율은 832%, 통신기기 판매 및 유통 회사인 KT M&S 부채비율은 409%에 이른다. KT-SB 데이터서비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49억원, 소프닉스는 2012년 303억원 적자를 내며 자본잠식 상태로 남아있으며 △티온텔레콤 △베스트파트너스 △KT OIC 등도 자본잠식 상태다.
KT 뮤직은 지난해 영업손실 21억6300만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KT클라우드웨어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53억2500만원을, 2012년 당기순손실 86억3200만원을 나타냈다. KT클라우드웨어는 KT 지분 86.15%로 구성돼 있다. KT클라우드웨어 지분 99.9%로 이뤄진 KT넥스알은 2012년 말 부채비율 575%, 영업손실 14억9600만원이며 자본잠식율은 -46.3%다.
싸이더스FNH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9억7000만원을 마크했으나, 지난해 영업손실 5억5700만원이었다. KT ENS 영업이익은 2012년 79억원·2013년 163억원으로, 꾸준히 실적 호조를 보여왔지만, 올해 1분기 55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유스트림코리아는 2012년 26억6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KT에스테이트는 2012년 135억원 영업적자를 나타냈지만, 2013년 360억 영업이익으로 돌아섰다. 센티오스는 2012년 31억6000만원·2013년 50억9700만원의 단기순손실을 보이며 악화된 경영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문어발식으로 개편된 계열사들 중 상당수는 KT 성장을 가로막는 저해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되며, 이석채 전 회장의 과오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황 회장은 계열사 구조조정을 지속 시사하고 있다. 황 회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 때 "KT 계열사는 취임 후 살펴보니 좀 많다"고 운을 띄운 후 "경쟁력 강화 및 5대 미래융합서비스 성장 축을 통해 계열사와 KT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쟁력이 없는 부분은 조정할 작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윤곽이 곧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취임 후 황 회장은 계열사를 포함해 불요·불급·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정리할 것을 강조했으며, 이후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필요하면 그룹사도 과감하게 재조정하겠다고 언급해 왔다. 대내외 악재가 정리가 돼 가고 있는 만큼, 조직 슬림화와 경영 효율성을 통해 '통신대표기업 1등 KT'를 추구하는 황 회장이 계열사 재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