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미디어·유통 신사업 만성적자..황창규의 선택은
엔써즈·유스트림 등 M&A 광폭 행보..시너지 미비→적자 고착화 '고민
KT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 미디어 유통그룹 도약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사들였던 기업들이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고민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KT가 전임 회장이 물려준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T는 이석채 전 회장 재임 시절 '글로벌 콘텐츠 유통그룹 기업 도약' 비전 아래 전방위적인 사업 확장 정책을 펼쳤다. 동영상이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소비되는 가상 상품의 유통 창구 역할을 KT가 맡겠다는 전략이었다. KT는 가상 상품 유통을 통해 2015년까지 그룹 매출 4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전도 내놨다.
강력한 하드웨어 네크워크를 갖추고 있는 KT는 소프트웨어 영역인 콘텐츠 유통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해 관련 기업들을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동영상 검색 서비스 업체 '엔써즈'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유스트림코리아', 클라우드 전문 벤처기업 '아헴스(현 KT클라우드웨어)', 대용량 분산·처리기술 전문기업 '넥스알(현 KT넥스알)' 등이 대표적이다. 또 콘텐츠 확보 차원에서 직장인 전문 교육업체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와 영어교육 전문업체 'OIC랭귀지비주얼(현 KT OIC)', 국내 최대 음원 제작사 'KMP홀딩스(현 KT뮤직)' 등도 인수했다.
공격적인 사업 행보를 보였지만 인수 후 수 년이 지난 지금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대부분 KT와의 시너지 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만성 적자 구조가 고착화됐다.
M&A를 통해 KT호에 합류한 이들 신사업 계열사들은 지난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앤써즈는 미디어 유통 부문 인수 계열사 중 가장 많은 4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1년 KT에 편입된 이후 적자가 계속 누적되면서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KT클라우드웨어와 유스트림코리아는 각각 29억 원, 23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KT넥스알(-19억 원)과 KT이노에듀(-10억 원), KT OIC(-4480만 원)도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적자 행보를 이어갔다. 해당 계열사 가운데 흑자로 전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엔써즈와 KT넥스알, KT이노에듀, KT클라우드웨어는 1분기에만 10억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누적된 적자로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투자금 손실 가능성도 커졌다. 실제 KT는 지난해 엔써즈 투자금 159억 원 가운데 106억 원을 손상차손 (비용) 처리했다. 사업 성과를 고려할 때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T는 유스트림코리아와 KT넥스알에 각각 34억 원, 46억 원을 투자했다. 교육 콘텐츠 기업 인수에 쓴 돈도 136억 원에 달한다. 2012년 KT이노에듀 인수에 들어간 자금만 77억 원이 넘는다. KT OIC의 경우, 2009년 최초 투자 당시 2억 원을 썼고 이후 2011년 57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지금의 적자 구조가 계속 이어진다면 해당 계열사 투자금 역시 비용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재무건전성 개선과 추가 투자비 마련을 위해 지속적인 추가 출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써즈는 올해 초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21억 원의 자금을 수혈 받았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KT넥스알은 모회사인 KT클라우드웨어에 손을 벌렸다.
사업 실적은 초라하지만 KT가 미디어 유통 부문 계열사를 쉽게 포기하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KT의 새로운 수장인 황창규 회장이 천명하고 있는 '기가토피아' 미래성장 전략 역시 미디어 유통 사업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세대 미디어를 5대 미래 융합 서비스 분야로 선정, 새로운 미디어 기술 및 콘텐츠 개발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외형 확장의 결과물로 얻은 이석채 전 회장의 유산들을 적절히 조합해 시너지를 창출해내는 것이 황창규 회장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일부 M&A 계열사가 전 경영진 배임 이슈로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 잡고 장기적인 사업 비전을 제시하는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지난 4월 검찰은 이석채 전 회장을 각종 사업 추진과 자산매각 과정에서 회삿돈을 유용하고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이석채 전 회장은 재무상태가 열악하고 사업 전망이 부정적인 KT OIC와 KT이노에듀 등 3곳을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고가에 매수함으로써 KT측에 103억 5000만 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KT 관계자는 "현재 효율성 기준에 따라 (미디어 유통 부문을 포함해)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며 "인력 부분은 이미 구조조정이 이뤄졌고 향후 필요하다면 사업부 역시 재편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