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의 결단..렌터카 1위 KT렌탈·KT캐피탈 판다
KT그룹이 렌터카 업계 부동의 1위 KT렌탈과 여신전문금융사인 KT캐피탈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 KT렌탈은 수익성이 가장 뛰어난 계열사 가운데 하나여서 취임 이후 조직 슬림화와 통신 부문 역량 집중을 강조해 온 황창규 KT 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관련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는 차량렌탈 계열사인 KT렌탈과 KT캐피탈을 팔기로 하고 이르면 다음주 국내외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내 매각주관사 선정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KT렌탈은 외국계 증권사가, KT캐피탈은 국내 증권사가 매각주관사를 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인수가격이 6000억원(지분 100% 기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KT렌탈이 매물로 나옴에 따라 우리은행 동양시멘트 팬오션과 함께 5000억원 이상의 대형 M&A 시장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KT렌탈 매각은 투자은행(IB) 업계의 예상을 뒤엎는 결정이다. 황 회장이 비주력 계열사 매각방침을 언급하면서 이석채 전 KT 회장 재임기간 동안 자회사에 편입된 BC카드 지분과 KT캐피탈 KT렌탈의 매각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KT렌탈은 56개에 달하는 KT 계열사 가운데 실적이 가장 좋은 계열사 가운데 하나여서 매각 가능성이 가장 낮은 매물로 분류돼 왔다.
2013년 KT렌탈은 전년보다 15.3% 늘어난 9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1분기에도 24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251억원)과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잘 나가는 계열사를 팖으로써 황 회장이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알짜 자회사 매각을 거부했다가 그룹이 해체되거나 해체 위기를 맞은 웅진그룹 STX그룹 동양그룹 동부그룹 등과 대조적인 행보"라고 말했다.
KT렌탈의 주주는 KT(58%) 교보생명(13.23%) 산은캐피탈(9.48%) 한국투자증권(5.72%) 현대라이프생명보험(5.66%) 현대해상화재보험(3.82%) 하나대투증권(4.09%) 등으로 이뤄졌다. KT렌탈 매각으로 재무적투자자(FI)들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5년 설립한 KT렌탈은 2010년 렌터카 업계 1위 금호렌터카와 분할합병했다. 지난해 24.7%의 점유율로 AJ렌터카(13.5%) 현대캐피탈(9.9%) SK네트웍스(6.0%) 등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제치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IB업계에선 인수후보로 SK네트웍스를 꼽고 있다. 하지만 KT가 통신 라이벌인 SK그룹에 KT렌탈을 팔 가능성이 낮아 인수전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간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