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일부터 휴대전화에 붙는 각종 보조금이 훤히 드러난다. 정부는 이동통신시장 보조금 투명화를 위해 이동통신사 보조금, 단말기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시하는 보조금 분리공시제를 도입키로 했다. 소비자는 보조금을 덜 받는 대신 요금 할인을 더 받는 조건을 선택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알면 싸게 사고, 모르면 비싸게 사는 일도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이동통신사 및 제조사 관계자, 전문가 등을 불러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한 끝에 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을 결정했다. 방통위는 “이동통신사업자가 지급하는 지원금을 공시할 때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와 협의해 이동통신사업자가 직접 부담하는 금액과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가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지급한 장려금을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공시하는 방안으로 정리했다”고 발표했다. 방통위는 공시 및 게시 기준과 관련한 고시안에 이를 반영해 자체 규제심사,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 등을 거칠 예정이다.
휴대전화 보조금은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이동통신사의 지원금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각각 공시해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이 분리공시제다. 분리공시제를 포함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되면 휴대전화를 사려는 소비자는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로부터 각각 얼마씩 지원을 받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단통법에 분리공시제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놓고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는 팽팽하게 맞서왔다. 당초 방통위는 지난 6일 분리공시제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의견수렴이 쉽지 않아 한 차례 미뤘었다. 이번 회의에서도 오전에는 제도 도입 여부의 가닥을 잡지 못했다. 오후에 회의를 속개하고 나서야 겨우 결과를 도출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투명하게 알리고 이에 따른 혜택을 주기 위해 분리공시제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지급액에 따라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동통신사가 주는 보조금 액수가 명확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산정하기가 힘들어진다. 또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려면 이동통신사의 통신요금 인하, 제조사의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함께 추진돼야 하는데 제조사 장려금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동통신사에만 부담이 몰리게 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는 분리공시제 도입을 반대했었다. 장려금 규모는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드러나게 되면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분리공시제 도입에 대해 이동통신업계는 “단통법의 실효성이 확보됐다”면서 적극 환영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방통위의 판단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분리공시제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제도”라면서 “영업비밀 침해 등 문제로 반대하는 견해도 있었지만 여러 의견을 수렴한 결과 국민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