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 무산…단통법 입법취지 퇴색
규제개혁위·방통위 의결…보조금 상한선은 27만→30만원으로
이통사·야당 "법 취지·고객 편익 무시" 반발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이동통신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자 내달 1일 시행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하부 고시에 소비자에게 주는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업체별로 공시하는 내용이 제외됐다.
시장에 풀리는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단인 분리공시제 도입이 무산되면서 단통법 반쪽 시행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
또 보조금 상한선을 현행 27만원에서 3만원 오른 30만원으로 결정하는 등 분리공시를 제외한 단통법 6개 고시 재·개정안이 모두 확정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단통법에서 분리공시를 제외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규개위는 또 단통법 시행 3년 뒤 이 법을 계속 유지할지를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보조금은 이통사 개별 지원금과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이 합산돼 있는데, 지금은 소비자가 이를 구분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도 자신이 받는 보조금이 누구로부터, 어떻게 나오는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3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면 이 가운데 10만원은 이통사가, 나머지 20만원은 제조사가 각각 제공했다는 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규개위는 분리공시제가 상위법인 단통법 규정과 상충된다고 보고 방통위에 고시 내 분리공시 조항의 삭제를 권고했다.
단통법 12조는 '이통사업자가 휴대전화 단말기의 판매량 및 출고가, 이통사 지원금, 단말기 제조사의 장려금 등에 대한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되 제조사별로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작성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조사별 장려금 액수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를 고려하면 분리공시가 법제간 충돌을 야기한다는 게 규개위의 판단이다.
분리공시제가 좌초되면서 ▲ 보조금 투명성 확보 ▲ 이용자 편익 증대 ▲ 단말기 출고가 인하 등의 단통법 입법 취지도 색이 바라게 됐다.
다만, 이 제도가 빠지더라도 이통사 지원금 및 제조사 장려금 총액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한 보조금 공시제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된다.
분리공시제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이통 3사는 "단말기 시장의 유통질서 확립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요구가 있었음에도 반영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단통법의 취지가 반감돼 고객 편익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는 등의 입장을 밝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위원들도 성명을 내어 "대다수 국민의 이익을 무시하고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묵인한 채 특정기업의 영업이익 보호에만 치중한 정부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재논의를 촉구했다.
삼성전자는 "단통법을 준수하며 법 운영 취지에 맞게 시행되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내용의 간략한 입장을 밝혔고, LG전자[066570]도 "정부 정책에 맞춰 준비하겠다"고만 했다.
한편, 방통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보조금 상한선을 30만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2010년부터 적용된 27만원에서 3만원 오른 것으로, 단통법에 규정된 보조금 상한선 범위 25만∼35만원에서 정확히 중간 지점이다.
대리점·판매점이 보조금 상한액의 15% 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단통법 규정에 따라 소비자는 최대 34만5천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번에 확정된 보조금 상한선은 특별한 시장 혼란 상황이 없다면 현 위원회 임기(3년) 내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또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 결정을 받아들여 고시안에서 분리공시제를 제외하기로 의결했다.
미래부도 중고폰이나 자급제폰 등을 사용하는 고객에게 보조금에 상응하는 통신요금할인 혜택을 주는 '분리요금제' 등 단통법 소관 5개 고시안에 대해 곧 안전행정부에 관보 게재를 의뢰하고 법 시행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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