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들, 소비자보다 기업 이윤 따지며 통신사 편들어
감사원은 지난 3월 말 감사위원회를 열어 통신요금에 대한 감사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사 내용에 미흡함이 있다는 이유였다. ‘불문’ 처리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2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실무진 의견이 일리가 있다고 봤지만, 우리나라 통신요금 정책방향 전반에 관련된 사항이라 좀 더 자세하게 분석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미래창조과학부 감사 때 이번 조사 내용을 보완해 감사원이 다시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감사위원회에서는 불문 이유로 통신사들이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기업이라는 점을 들었다. 한 감사위원은 “기업의 속성이 적정 이윤보다 최대 이윤을 목표로 하는데, 과연 (정부가 민간기업을) ‘적정 이윤’이라는 개념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통신요금 자체의 공공성은 인정되지만 민간기업이 (통신요금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요금이나 공공기관으로서의 성격은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통신사들의 주장과 같다. 감사원이 소비자 편익보다 기업 이윤을 더 중시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감사원 안팎에서는 감사원이 공들여 조사하고도 지적사항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통신사들의 로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통신사들은 감사원 지적에 공감한다면서도, 감사원이 적용한 기준은 여러 기준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마케팅비 과다사용에 대해 한 통신사 관계자는 “(감사원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마케팅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며,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은 업계 자율 약속으로 (반드시 지켜야 되는) 법률적 조치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투자보수액 산정 기준에 대해서도 “(감사원이 적용한) 공기업 기준을 민간기업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론을 폈다.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미래부의 태도는 ‘소비자 보호’보다 ‘산업 진흥’ 쪽에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통신요금은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며 지금보다 내릴 여지가 있지 않으냐는 뜻의 감사원 의견에 대해 미래부는 “기업이 자율적인 원가절감 유인이 약화돼 방만경영이나 (오히려) 원가 부풀리기 등의 폐단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역시 통신사들의 논리에 가깝다.
이런 업계와 미래부의 주장에 대해 통신사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통신사는 정부가 해야 할 투자를 대신 하고, 상당한 이윤을 보장받아온 게 사실”이라며 “이런 관행이 계속되는 한 통신요금 현실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