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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SUE INSIDE]분리공시 무산된 단통법…대기업 위해 가계 부담 늘린 꼴
단통법의 분리공시 삭제로 출고가 인하를 통한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가 반감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의 한 휴대폰 매장. <매경DB>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의 핵심 쟁점이었던 ‘분리공시’ 조항이 끝내 삭제됐다. 삼성전자가 영업 기밀을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도 측면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휴대폰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이하 장려금) 규모를 공개해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려던 방통위 계획도 어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해 방통위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단통법이 결국 ‘용두사미’가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방통위는 9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10월 1일부터 시행되는 단통법의 세부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주요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휴대폰 보조금에서 제조사와 이통사의 기여분을 각각 공개하는 분리공시안 제외와 보조금 상한액 3만원 인상(27만원 → 30만원) 등이다. 같은 날 오전 결정된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의 ‘분리공시 조항 삭제 권고’를 방통위가 받아들인 결과다.

기대를 모았던 분리공시안이 제외됨으로써 10월 단통법이 시행돼도 휴대폰 보조금의 내막은 알 수가 없게 됐다. 소비자가 최종적으로 지원받는 보조금의 ‘총액’만 공시될 뿐,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각 얼마씩 냈는지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장려금 규모가 베일에 가려지면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 여력도 확인할 길이 없어진다.

휴대폰 출고가는 제조사가 이통사에 단말기를 넘길 때 받는 공급가(순판가)에 제조사의 장려금과 이통사의 보조금이 더해져 형성된다. 가령 출고가가 95만원대인 삼성 갤럭시노트4의 제조사 장려금이 10만원이고 이통사 보조금이 20만원이라면, 갤럭시노트4의 순수 공급가는 65만원대인 셈이다. 장려금과 보조금이 당장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것 같지만, 결국 출고가를 부풀리는 바탕이 돼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는 셈이다.

‘출고가 부풀리기’를 통해 제조사와 이통사가 얻는 이익은 상당하다.

우선 제조사는 스마트폰에 고가의 제품이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다. ‘착시 효과’에 따른 구매 욕구도 자극할 수 있다. 장려금과 보조금 덕분에 가격을 할인받아 95만원짜리 제품을 65만원에 사게 되면 소비자는 처음부터 65만원에 구매할 때보다 ‘더 싸게 산다’고 착각해 지갑을 열 공산이 커진다.

또 장려금과 보조금을 대거 투입해 단기간에 단말기 판매량과 가입자 수를 끌어올리는 ‘보조금 대란’ 전략도 활용 가능해진다. 그간 ‘1·23 대란’ ‘2·26 대란’ 등 무시로 보조금 대란이 발생했던 것도 알고 보면 출고가 거품이 배경이었다. 출고가 거품이 많아 보조금 규모가 커질수록 이통사는 보조금을 무차별 살포해 소비자를 한껏 끌어들일 여력이 늘어난다.

보조금이 언제 얼마나 풀릴지 알 수 없는 소비자로서는 ‘정보의 비대칭성’ 탓에 차별받기 일쑤였다. 똑같은 95만원짜리 스마트폰을 누구는 70만원에 사고 누구는 50만원에 구입하는 식이다. 단통법 시행 취지는 출고가 거품이 얼마나 끼어 있는지를 투명하게 밝혀 전반적인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고 소비자 차별을 방지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의 핵심인 분리공시가 무산되면서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이통사 보조금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된 것도 문제다. 단통법 제6조에 따르면, 이통사는 단말기 지원금을 받지 않은 신규 가입자나 중고폰 또는 자급제폰을 구입한 뒤 이통사에서 개통만 하는 가입자에게도 이통사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분리요금제’라고 한다.

앞의 예로 다시 돌아가보자. 갤럭시노트4 기기만 따로 구입한 후 이통사 대리점에서 개통하려는 가입자의 경우 이통사 보조금 20만원에 준하는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지원금 총액만 공개되고 장려금과 보조금이 구분되지 않는 상태에선 정확한 요금 할인 규모를 산정하기가 어렵게 된다. 지원금 총액 30만원 중 이통사 보조금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까닭이다. 물론 이통사가 별도 기준을 마련해 할인은 해주겠지만,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신뢰성 부족 문제는 여전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이 훤히 예상되는데도 규개위가 방통위에 분리공시안 삭제를 권고한 이유는 뭘까.

규개위가 내세우는 표면적인 근거는 ‘상위법 위반’이다. 단통법 세부 시행령인 분리공시 조항이 상위법인 단통법의 12조 1항(이통사가 제출하는 자료는 제조사가 지급한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게 작성돼선 안 된다)에 위배된다는 것.

그러나 업계에선 부처 간 파워게임에서 주무부처인 방통위와 미래부가 밀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조사 장려금이 공개되면 해외 영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삼성전자의 입장을 경제부처인 기재부와 산자부가 지지해 규개위 회의에서 관철시켰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와 경제부처들의 주장도 일리는 있다.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은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장려금을 지급하는데 그 지급 규모는 각 나라별, 이통사별로 다르다. 따라서 국내 이통사에 장려금을 얼마나 지급했는지가 공개되면 해외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삼성전자가 장려금 공개를 ‘영업 기밀’이란 이유로 시종일관 반대해온 배경이다.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경제부처들이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것도 일견 이해된다.

그럼에도 기재부와 산자부는 ‘경기 부양과 대기업 이익을 위해 가계통신비 절감이란 국민 이익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내 가계통신비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가계통신비 부채 규모만 벌써 2조원에 육박한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9월 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8월 말 기준 이통 3사의 유·무선 통신 미납액 규모는 1조9800억원, 연체 등록 건수는 약 450만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런 가계통신비 부채 중 약 40~50% 정도는 단말기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병헌 의원은 “가구 지출에 있어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로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가계통신비 역시 매년 5% 정도씩 늘고 있다”며 “단통법 분리공시가 무산된 것은 결국 소비자의 통신비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원금 상한선 30만원 적정 논란

이통사 재무능력 감안하면 상한선 더 높여야

방통위의 지원금 상한선 인상에 대해서도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많다. 방통위는 지난 9월 24일 지원금 상한선을 현행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3만원 올렸다. 단통법에 규정된 보조금 상한선 범위가 25만~35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정확히 중간이다. 단통법 4조는 대리점과 판매점이 지원금 상한액의 15% 내에서 추가 지원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실질적인 지원금 상한선은 34만5000원이라 보면 된다.

그간 ‘공짜폰’이란 말이 나올 만큼 최고 100만원 가까운 보조금을 받고 번호이동을 했던 소비자들에겐 실망스러울 만한 수치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 통신 시장 환경이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까지 일부 소비자가 ‘운 좋게’ 지원받은 거액의 보조금은 다른 ‘운 나쁜’ 고객의 바가지를 대가로 한 차별적 혜택이었다. 단통법은 모든 소비자가 동등한 혜택을 받게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이제 예전 같은 거액의 보조금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그럼에도 34만5000원은 ‘너무적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통 시장의 연간 단말기 구매 건수는 약 2000만건으로 추산된다. 이를 이통 3사의 5:3:2 점유율로 나누면 SK텔레콤의 연간 신규 가입자 수는 약 1000만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SK텔레콤이 이들에게 20만원씩만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2조원이 된다. 이는 SK텔레콤의 올 상반기 마케팅비(1조925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월 7만원 이상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에게 해당하는 얘기일 가능성이 높다. 단통법은 지원금 액수가 요금제에 비례하도록 설계됐다. 따라서 3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쓰는 고객이라면 지원금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SK텔레콤의 지난 2분기 평균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는 3만6000원 안팎이었다.

물론 분리요금제 시행으로 기존에는 없던 보조금 지급 항목이 이통사에 추가로 발생하긴 한다. 하지만 자급제폰이나 중고폰 개통자가 그리 많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할 전망이다. 결국 그간 이통 3사의 보조금 경쟁을 감안했을 때, 34만5000원 이상으로 지원금을 제공할 만한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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