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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약정' 위약금 폐지? 보조금 때문에 '조삼모사'

KT "중도 해지시 요금할인 위약금 없애"... 소비자 "보조금 위약금으로 차단"

14.10.22 13:50l최종 업데이트 14.10.22 13:50l 김시연(staright)

KT는 22일 빠르면 12월부터 '요금 할인 위약금'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월 6만7000원 요금제에 가입하고 24개월 약정하면 매달 1만6000원씩 요금을 깎아주는 대신 기간을 못 채우면 많게는 수십만 원씩 위약금을 물게 했다. 겉보기엔 기존 '67요금제'가 '51요금제'로 20~30%씩 요금이 떨어지는 것 같은 '착시 효과'가 발생했던 것이다.

KT가 '순액요금제'라 부르는 이 방안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본인이 쓰는 요금제에서 평균 20~30%씩 요금 할인을 받게 된다(중도해지시 위약금을 물지 않는다). KT는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으로 침체된 시장 환경을 극복하고 연간 1500억 원에 이르는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특단의 조치'라고 밝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도 KT를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요금할인 위약금 폐지? 보조금 위약금 남아 '조삼모사'

통신소비자 입장에서 중도 해지시 위약금 부담이 그만큼 줄게 됐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이와 같은 이통사의 '눈속임식' 요금 인하가 이미 예견됐기 때문이다. 

'Arcy'라는 한 소비자는 최근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와 지난 16일 인터넷 커뮤니티인 '뽐뿌'에 올린 글('위약4의 진짜 목적과 위약3 폐지 및 요금 인하 예상')에서 이같은 상황을 예상했다. 

이동통신사가 단통법 시행에 맞춰 이른바 '위약4'로 불리는 단말기 보조금(지원금) 위약금을 도입했기 때문에 '위약3'에 해당하는 요금할인 위약금을 없애더라도 결국 '조삼모사'라는 것이다. 

오히려 '위약3'의 경우 18개월까지는 이용기간이 길수록 위약금이 늘어나는 반면, '위약4'는 가입 기간이 길수록 위약금이 줄어드는 형태라 가입자를 더 오랫동안 붙잡아두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  이동통신사들이 10월 단통법 시행에 맞춰 도입한 단말기 보조금(지원금) 위약금(위약4)와 통신사에서 앞으로 없애기로 한 약정요금할인 위약금(위약3) 비교. 뽐뿌 회원인 'Arcy'가 올린 위약금 변화 그래프를 겹쳐보니 위약3는 이용기간에 따라 증가하다 16개월부터 줄어드는 반면, 위약4는 이용기간이 길수록 줄어드는 구조다.
ⓒ Arcy

실제 '순액요금제'를 도입하더라도 어차피 24개월 약정을 모두 채우는 대다수 가입자에겐 아무런 혜택이 없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위약3'을 없애더라도 '위약4'뿐 아니라 인터넷, 집전화 등에 묶인 결합상품할인 같은 다른 '견제 장치'들이 남아있어 중도 해지가 갑자기 늘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다. 

예전에도 보조금 위약금 있었다? "3개월만 유지하면 돼"

이 같은 지적에 KT 관계자는 "중도 해지시 지원금 위약금 규모가 1이라면 요금할인 위약금은 3 정도로 훨씬 크기 때문에 고객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면서 "(약정을 모두 채운 가입자도) 약정을 모두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사라지는 심리적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KT는 '위약4' 도입 이전에도 보조금 위약금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대리점이나 유통점에서 주는 보조금엔 위약금이 없을 수 있지만 이통사에서 지급하는 단말기 보조금엔 중도 해지시 위약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견해는 조금 엇갈린다. 서울에서 5년 동안 이동통신 유통점을 운영해온 한 상인은 "기존 단말기 보조금은 가입시 할부원금에서 미리 빼는 방식이어서 2년 약정을 채우지 않더라도 위약금이 따로 없었다"면서도 "다만 3개월이나 6개월 의무 가입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의무 기간을 못 채우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보조금 위약금 액수가 적어 실질적 부담이 안 된다는 통신사 주장에 대해서도 이 상인은 "지금은 단통법 초기라 단말기 보조금이 적어 상대적으로 위약금이 적을 수 있지만 앞으로 보조금이 늘게 되면 지금 요금할인 위약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현재 갤럭시노트4 등 최신 단말기 최대 보조금은 10만 원대에 불과하지만 출시된 지 15개월이 넘은 단말기는 요금제에 따라 많게는 30만~40만 원대에 달해 위약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 정의당 "단통법은 전국민 '호갱법'" 정의당 천호선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 국회의원단이 15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통사만 배불리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히며 단통법에 의해 호갱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국민의 고통을 형상화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남소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정의당은 이날 오후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조금 분리공시제 도입을 통한 단통법 보완과 획기적인 통신비 인하를 촉구하기로 했다. 

이해관 통신공공성포럼 대표는 이날 "요금할인 위약금을 없애더라도 결합 상품과 보조금 위약금에 묶여 대다수 소비자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면서 "기본요금 폐지와 같은 본질적인 통신요금 인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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