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새벽 경기도 고양시 한 휴대전화 판매점 앞에 소비자들이 ‘아이폰6’를 신청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날 새벽 곳곳의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아이폰6 16GB’ 모델을 10만∼20만원대에 판매해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소동을 빚었다. 2014.11.2 / 고양=연합뉴스 |
‘아이폰 대란’ 후폭풍…개통 철회 가능할까? | |
‘호갱’된 예약구매자, 개통철회 원하도 쉽지 않아아이폰6 대란의 후폭풍이 거세다. 대란의 ‘은혜’를 입은 소비자들도, 제값 내고 예약구매를 했던 소비자들도 3일 내내 냉가슴을 앓았다.우선 주말에 발생한 불법 보조금 사태로 졸지에 ‘호갱’(호구+고객)이 된 예약구매자들은 ‘개통 철회 요구’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이날 내내 “개통을 철회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이어졌다. 이동통신사 관계자가 “예약판매 고객의 환불 요구는 상당 부분 수용하겠다”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예약판매 고객이든 뭐든 단순 변심에 따른 개통 철회는 불가하다”고 밝혔다.하지만 이는 개통 14일 이내라면 통신사에 단순 변심 및 통화 품질 불량으로 인한 교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과 어긋나 논란이 예고된다. SKT 홍보팀 관계자는 “엘지나 삼성의 경우 제품을 개봉하지 않았을 때 당일 개통 철회가 가능하지만, 애플 제품만 안된다. 애플 정책상 개통된 제품은 실사용 여부를 막론하고 환불해 주지 않고 있다”고 애플에 책임을 떠넘겼다. 애플은 제품 불량이나 통화 품질 불량으로 인한 교환이나 환불만 AS센터의 검증을 통해 ‘환불/교환 요청서’를 발급해 주는데, 이 요청서를 받아와야만 통신사에서 처리해 주겠다는 이야기다.운 좋게 대란에 편승한 소비자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주말 개통분은 개통 철회되는 것 아니냐” “주말에 받은 사람은 박스를 뜯지 말아라. 개통 철회가 확정됐다” 등의 뜬소문도 나돌았다. 단통법 시행 이후 대란 사태가 처음 터진 까닭에 정부가 강경책을 들고 나올 것이라는 추론이 그럴싸하게 뒷받침됐다.그러나 소비자들의 걱정과 달리 이미 개통 처리된 건에 대한 철회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방통위는 3일 “개통 철회를 통신사에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신사 역시 주말 개통분에 대한 철회 의지가 없다. 즉, 주말에 이미 개통 절차를 완료했다면 ‘철회’ 즉 환불 및 기기 회수는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문제의 핵심은 실제 개통 전산작업이 주말에 이뤄진 데서 기인한다. 보통은 불법보조금이 주말에 풀렸더라도 실제 개통 작업은 월요일부터 진행되고, 그 사이 단속에 적발되면 개통 철회까지 갈 것도 없이 개통 접수를 취소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번 이통사들은 이례적인 주말 전산 작업을 통해 제품을 개통해 줬다. 작정하고 ‘불법 보조금 대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한밤중이나 주말은 방통위의 단속이 미치기 어려운 데다, 일단 개통만 되면 개통 철회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이처럼 이통사가 ‘개통 철회 불가’ 방침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정작 자신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엔 ‘강제 개통 철회’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뽐뿌’와 ‘클리앙’ 등 IT커뮤니티에서는 “주말 구매 당시 현금으로 보조금을 지급받은 고객의 경우, 개통을 취소했으니 기기를 반납하라며 ‘강제 개통 철회’가 이뤄지고 있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이는 정부에서 ‘강경 대응’을 시사하면서 이통사들이 대리점(판매점)에 약속했던 리베이트를 일제히 철회한 탓으로 보인다. 현금으로 보조금을 즉시 지급한 업체의 경우 리베이트를 받을 수 없게 되자 기기라도 걷어들여 타산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한편 불법 보조금을 사후에 지급하기로 약속했던 대리점들의 경우엔 ‘먹튀’ 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계약서상으로는 70만원대에 구매하되, 2주나 3개월 뒤에 50만원을 돌려받는다는 조건으로 구매하는 ‘페이백’의 경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는 싸게, 누구는 비싸게 휴대폰을 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던 단통법이 대찬 ‘뒤통수법’이 되고 있다.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