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시행 뒤 줄어든 마케팅비로 자회사들 지원
1/2~1/3 값에 단말기 공급…일반업체 “불공정 경쟁”
서울 용산구 용산역 인근에 위치한 전자상가 내 휴대전화 판매점.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
이동통신 업체들이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뒤 마케팅비가 절감돼 늘어난 이익으로 알뜰폰 자회사를 지원해, 알뜰폰 사업자간 경쟁질서가 훼손되고 있다. 이통사 지원을 받는 알뜰폰 업체들이 경쟁 우위에 서면서 가입자들이 이들 사업자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8일 알뜰폰 사업자들이 누리집에 공시한 휴대전화 출고가를 보면, 일부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사업자별로 천차만별이다. 팬택 ‘베가시크릿노트’ 출고가의 경우, 미디어로그와 케이티아이에스(KTIS) 등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들은 29만7000원, 씨제이(CJ)헬로비전은 69만9000원, 이마트알뜰폰은 99만9000원으로 공시돼 있다. 같은 제품인데 출고가가 사업자별로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꼴이다. 출고가는 휴대전화를 소비자한테 건넬 때 적용되는 가격으로, 일반 제품의 소비자가와 같다.
알뜰폰 업계는 “이통사가 단통법 덕에 늘어난 이익으로 알뜰폰 자회사의 단말기 구입대금을 지원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통사들이 지난해 ‘재고 정리’를 명분으로 베가시크릿노트의 출고가를 29만7000원으로 40여만원 내리면서 알뜰폰 자회사에 넘겨주는 물량에도 낮춰진 출고가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들은 베가시크릿노트를 경쟁업체의 절반 내지 3분의 1 수준의 출고가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일반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들이 이통사 지원을 둔덕삼아 유리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씨제이헬로비전 관계자는 1대당 40여만원에 이르는 베가시크릿노트의 출고가 인하분을 이통사들이 전액 부담한 점을 들어 “이통사들이 마케팅비 절감에 따라 늘어난 이익으로 알뜰폰 자회사의 단말기 구입대금을 지원해 알뜰폰 시장의 경쟁질서가 망가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통사들이 자회사를 앞세워 알뜰폰 시장까지 다 먹게 된다”고 말했다.
알뜰폰 사업 허가 초기에는 에스케이텔레콤만 자회사(에스케이텔링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통사의 순차 영업정지 사태 때 에스케이텔레콤이 알뜰폰 자회사를 통해 우회 영업에 나서자,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도 자회사를 만들어 알뜰폰 시장에 진출했다. 이통사 자회사들은 이통사들의 지원을 받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 가입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알뜰폰 가입자도 빠르게 증가해, 지난해 12월에는 458만3890명으로 늘어나 8,0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통사 쪽은 “단말기를 구매할 때 알뜰폰 자회사 물량까지 함께 사서 넘겨주고 있는데, 출고가를 낮췄으니 알뜰폰 자회사에 주는 것도 낮춘 출고가를 적용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 일반 알뜰폰 사업자들의 출고가가 높은 것은 그들의 단말기값 협상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