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들, 고객들에 또 ‘갑질’
“개인정보 수사기관 제공사실 알려달라” 요구에
“본인이 직영점 직접 오라”…1년 이내 기록만 공개
이동통신 업체들이 개인정보의 수사기관 제공 사실 공개 절차를 놓고 고객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 최근 1년 이내 기록만 공개하고, 그나마도 본인이 직영점을 방문해야 알려주겠다는 조건을 달아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실 확인 때보다도 절차가 까다롭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알 권리 찾기 캠페인’ 사이트(opennet.or.kr)에 접수된 제보 내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19일 서울고법이 개인정보의 수사기관 제공 사실을 알려달라는 당사자 요구를 거부한 것에 대해 20만~30만원씩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한 이후부터 이통사들이 고객들의 개인정보 수사기관 제공 여부 확인 요청에 개별적으로 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개 범위를 최소화하고, 절차를 까다롭게 해 ‘갑질’ 내지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용자들의 제보내용을 보면, 이통사들은 개인정보 수사기관 제공 여부를 알려달라는 고객들의 요구에 “본인 확인 및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이유로 “본인이 직접 직영점으로 와야 확인해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케이티(KT)가 2014년 1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켰을 때, 고객들이 온라인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줬던 것과 대비된다. 이통사들은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확인 서비스’ 활용 제안도 신뢰성 부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오픈넷은 “휴대전화를 통한 본인 확인 서비스를 신뢰성 있는 본인 확인 서비스라며 유료로 팔아놓고, 막상 고객들이 자신들 권리 행사를 하기 위해 이용하려고 하자 신뢰성 부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반소비자적 행태다. 특히 이통 3사가 서로 합의한 듯 똑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담합이자, 소비자에 대한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한 ‘갑질’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통사들은 또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 통신자료 대장 의무 보관 기간이 1년으로 돼 있어, 1년이 지난 것은 알려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오픈넷은 “대장 보관 기간과 개인정보 제3자 제공 현황 보관 의무는 별개이다. 2013년에는 서울고법이 전기통신사업자가 통신자료를 본인 동의 없이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고객의 권리 침해에 해당한다며 50만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통사들의 처사는 기록을 서둘러 파기해 고객의 권리 침해 사실을 은폐하려고 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오픈넷은 “휴대전화 본인확인 서비스를 통해 간단히 온라인이나 전화로 개인정보 수사기관 제공 여부를 확인하고, 정보통신망법 제30조에 따라 개인정보를 영장 없이 수사기관에 제공한 기록이 당사자한테 기간 한정 없이 공개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 자료를 보면, 통신사들은 2014년 상반기에만 수사기관에 6144만건의 통신사실확인자료와 49만건의 통신자료(인적사항)을 제공했으며, 갈수록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2년 고법 판결 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이용자 개인정보의 수사기관 제공을 중단했으나, 통신사들은 계속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