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은 KT의 케이블線 값도 안되지만… 시총(시가총액)은 앞선 다음카카오
[모바일시대, 통신시장 중심 이동]
- 신흥 강자 된 비결
모바일 결제·콜택시 서비스, 오프라인 사업으로 확장
"KT의 통신 인프라 덕분… 대가 지불해야" 지적도
KT와 다음카카오. 두 회사는 통신과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사업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KT는 유·무선 분야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통신회사이고,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를 핵심으로 하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분야 국내 최대 기업이다.
두 회사는 최근 잇따라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다. 다음카카오는 8984억원 매출에 20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KT의 작년 매출은 23조4215억원. 다음카카오의 약 26배다. 2918억원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지만 대규모 명예퇴직으로 1조원 가까운 퇴직금을 지급하면서 발생한 비용 때문이다. 외형만 보면 두 회사는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 2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다음카카오가 8조28억원이고, KT는 7조8986억원이다. 매출이 26분의 1에 불과한 기업이 어떻게 기업 가치가 더 높을까.
◇골리앗과 다윗
자산을 보면 두 기업 간의 차이는 더 크다. KT그룹이 보유한 유형자산은 12조4187억원. KT가 전국에 가지고 있는 부동산만 해도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서울 광화문과 분당의 사옥 빌딩에다 전국 410곳에 전화국이 있다. 전화국 부지 면적을 합치면 축구장 450개보다 넓은 321만7483㎡에 달한다.
또 전국 15만 곳에 4세대(LTE) 이동통신 기지국을 깔았다. 기지국 구축 비용은 1기당 평균 2000만원. 기계설비와 통신·전산 장비의 가치는 5조5000억원에 달한다.
- ▲ 그래픽=김성규 기자
KT가 전국에 매설한 통신용 회선과 광(光)케이블, 동축케이블의 길이는 서울~부산을 870번 이상 왕복할 수 있는 70만㎞, 전신주에 걸린 통신선의 길이는 30만㎞에 이른다. 해저케이블의 길이도 15만㎞다. 구축하는 데 들어간 비용까지 포함하면 통신선 1㎞당 500만원, 해저케이블은 1㎞당 1억원 정도다.
이에 비해 다음카카오가 갖고 있는 자산은 사무용 건물과 컴퓨터 서버, 사람이 거의 전부다. 기계 설비도 위성도, 통신선도 없다. 직원 수 2200여명에 유형 자산은 제주 사옥과 서버 등 2000억원이 채 안 된다. 전체 유형자산은 1969억원이다. 말하자면 유형자산만으로 볼 때 KT의 통신용 구리선과 케이블(3조5000억원)만 팔아도 다음카카오 같은 기업 18개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모바일 파워 시프트
이런 자산 차이에도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역전된 상황은 현재 한국 경제의 중심추가 어디로 옮겨 가는지를 보여준다.
카카오톡은 현재 1억70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인구 5000만명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KT는 유·무선 전화 가입자를 합쳐서 3433만명이다. 이마저 막대한 보조금을 뿌려가며 국내에서 뺏고 빼앗기는 '제로 섬 게임'을 벌여야 한다. 반면 다음카카오는 6700만명이 이용하는 카카오스토리, 누적 다운로드(내려받기) 건수 5억건이 넘는 카카오게임 등으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결제 카카오페이, 콜택시 서비스 카카오택시 등을 계속 선보이며 기존 오프라인(offline)에서만 가능했던 사업을 모바일의 영역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가입자가 많고, 그들이 해당 서비스를 자주 사용하는 것은 기업에 건물이나 땅보다 훨씬 가치 있는 자산이다. 이른바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바로 그 자산에서 KT에 압도적인 우위를 갖고 있다. 전통적 통신 기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데 그쳤다면, 새롭게 등장한 모바일 기업들은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들로 사업을 하던 시대에서 모바일 환경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경영학)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등장 이후 모바일 메신저는 금융, 식당 주문, 콜택시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고, 사용자도 훨씬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크기보다 훨씬 더 가치가 큰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다음카카오 같은 사업 모델이 가능한 것은 KT 같은 통신 사업자들이 구축한 통신 인프라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신 사업자 사이에선 "호텔을 멋지게 지어놓았더니, 호텔 맞은편 음식점으로 사람들이 몰려가고 있다"며 "정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