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업銀, KT·NH증권·한기평에 800억대 소송
KT ENS 지급보증 ABCP 불완전판매 관련 관계사 책임주장…피소기업들 반박, 법정공방 예고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3월 KT ENS가 지급보증한 1000억원대 신재생에너지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미상환 사태와 관련해 KT와 한국기업평가, NH투자증권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 ABCP는 KT ENS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지급불이행 사태를 맞았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ABCP 미상환 사태와 관련해 KT ENS의 모회사인 KT와 ABCP 발행사인 SPC(특수목적회사)에 신용등급을 부여한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지난 1월14일에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KT의 경우 손해배상 청구액이 100억원이며 한기평에 대한 손배액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수십억원으로 추정된다. 기업은행은 또 ABCP 발행 주관사인 NH투자증권(옛 NH농협증권)에 대해서도 기초자산에 대한 담보 취득 등에 소홀했고 담보를 취득하지 않았다는 점과 국내 기초자산(설비)의 정상가동 여부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658억원의 매매대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IBK기업은행 측은 "특정금전신탁 수탁은행로서 투자자들에 대한 선관주의의 의무를 다하기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T의 100% 자회사인 통신망 구축회사 KT ENS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지난 2009년 태양광발전소 건설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에 진출했다. KT ENS는 시공사 자격으로 6개 특수목적법인(SPC)의 발전소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위해 NH농협증권을 통해 만기 1~4개월짜리 ABCP를 발행했고, 여기에 지급보증을 섰다. 그런데 KT ENS가 지난해 협력사와 내부직원이 결탁한 사기대출사건이 발생해 전격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ABCP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KT ENS의 모회사인 KT는 지원을 끊었다. 해당 ABCP는 기업은행과 부산·경남·대구은행 등의 창구를 통해 1010억원 어치가 특정금전신탁의 형태로 669명(법인포함)에게 판매됐다. 기업은행의 경우 가장 많은 618억원어치가 517명(법인포함)에게 팔려 피해규모가 가장 컸다. 투자자들은 "IBK기업은행이 KT가 망하지않는 한 안전하다'는 식으로 판매한 만큼 명백한 불완전판매라고 주장하며 현재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절차가 진행중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일부 불완전판매를 인정했다. 이후 기업은행은 굴지 로펌을 선정, 법률검토에 나서 KT와 한기평, NH투자증권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소송에 들어갔다. IBK기업은행 측은 먼저 KT가 KT ENS의 모회사로서 그룹차원에서 태양광사업 진출을 진두지휘한 만큼 도의적 책임은 물론 법적책임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KT임원이 KT ENS 이사회에 참여하고 양사 임원을 번갈아 맡기도 하는 등 상법상 업무집행 지시자이자 사용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소송이유를 밝혔다. 한기평이 소송 대상이된 것은 KT ENS가 주도한 신재생에너지 SPC(그랜드제삼차, 신재생에너지제삼차 등)에 대한 신용등급을 발행했고, 지난해 2월 KT ENS 대출사기사건 이후에도 신용등급상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한기평이 KT ENS의 기초사업이나 현금흐름상 시행사로서 신용도가 낮음에도 불확실한 모회사 KT의 지원가능성을 토대로 투자적격등급(A2)의 신용등급을 발행한 만큼 법적책임을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이다. ABCP 상품을 설계한 주관사로서 배상액을 가장 많이 산정했다. 기업은행 측은 "NH투자증권이 루마니아 사업장 등 기초자산에 대한 담보가 이뤄지고 국내 사업장도 정상운영되는 것으로 '세일즈 메모'(판매용 자료)를 줬지만 실제로는 담보취득이 이뤄지지않았고 일부 국내 사업장은 가동중단 상태였는데 전혀 고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법률상 계약취소 요건에 해당한다"고 소송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대해 해당 기관들은 즉각 반박하고 나서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KT측은 "KT임원들이 한 때 KT ENS 임원 맡기는 했지만 태양광사업 진출 등에 대한 그룹차원의 결정은 없었다"면서 "KT ENS가 자회사지만 어디까지나 별도법인으로 무한책임을 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기업은행이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역시 "기업은행이 전문투자자로서 CP 발행구조를 잘 알고 있었으며 KT ENS의 신용등급을 보고 매입한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불완전판매에대한 책임을 분산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반박했다. 한기평은 소송관련 답변을 거부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 소송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불완전판매의 1차 책임이 기업은행에 있지만 그룹사 지원이나 신평사의 등급산정 이슈에다 ABCP 발행주관사의 업무책임 등이 얽혀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면서 "유동화증권 발행과 프로젝트파이낸싱(PE)이 늘어나는 추세인만큼 재판부의 판결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