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커머스, 현금흐름 악화 이유는
KT그룹의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사업 자회사인 KT커머스가 최대 고객인 KT로부터 외상금을 받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KT의 외상금은 5년만에 4배 넘게 늘었고 KT커머스의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6일 KT커머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T는 KT커머스에 662억 원 외상금을 갖고 있다. KT커머스가 KT로부터 받아야 할 어음도 117억 원, 미수금은 6300만 원 가량이다. KT가 KT커머스에 지급해야 할 금액만 총 780억 원 규모다. 이는 지난 2013년 KT가 KT커머스에 갚아야 할 금액(487억 원)보다 293억 원이나 늘어난 금액이다.
KT는 지난해만 KT커머스를 통해 3715억 원어치 상품과 서비스를 매입했다. 나머지는 지급이 이뤄졌지만 21%가량은 외상금 등으로 남겨둔 것이다. 지난 2013년에도 KT커머스에 지급해야 할 대금 중 17%는 외상금과 미지급금으로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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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KT로부터 전자상거래 관련 영업을 양수해 설립된 KT커머스는 KT그룹에 소모성 자재를 공급하고 임직원몰을 운영하는 등 그룹을 통해 주로 매출을 올려왔다. 이 과정에서 KT에서 나오는 매출도 지난 2003년 33억 원에서 2010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1000억 원대로 올라서더니 지난해 4000억 원을 바라보는 수준이 됐다.
동시에 외상금도 대폭 늘었다. 지난 2011년 KT커머스가 갖고 있는 KT의 매출채권은 190억 원 수준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4배 넘게 외상금을 포함한 미지급금이 증가한 셈이다.
그 까닭에 KT커머스의 현금흐름도 순탄하지 못하다. 외상금이 폭증한 지난해에는 결국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재무 안정성을 위협했다. 지난 5년 간 현금흐름을 봐도 한해 걸러 현금흐름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불안정한 모습이다. 지난 2010년과 2012년, 그리고 지난해 KT커머스의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가 마이너스였다.
5000억 원대로 올라선 매출규모에 비해 영업이익률도 낮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KT커머스의 영업이익률은 1.23%로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됐지만 이미 오랫동안 영업이익률 1%대를 넘어선 적이 없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이 최악(-66억 원)이었던 지난 2012년 영업이익률은 1%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MRO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도 KT커머스의 영업이익률은 현저히 낮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MRO기업인 '서브원'의 경우 평균 4%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3%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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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커머스의 최대 고객이 KT인 이상 이 같은 사업구조는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구매금액 중 상당부분은 지급을 마쳤고 일부만 외상금으로 남겨두는 형태라 KT 입장에선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KT관계자는 "KT와 KT커머스 간에 거래금액이 커지면서 외상거래 규모도 일부 증가하기는 했지만 비용 지급일과 KT커머스의 회계정산 시점의 차이로 외상금이 부각된 것"이라며 "커머스 사업 특성상 하반기에 매출이 집중돼 외상매출채권도 12월에 집중되는데 이는 일주일 이내에 전액 현금 상환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익 규모가 크지 않은 KT커머스에게 KT의 외상금 증가가 현금흐름은 물론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업회계 전문가는 "기업이 현금창출이 어려워지면 사업 상 제한이 많아지고 상황이 심각해지면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도산하기도 한다"며 "KT커머스의 경우 KT그룹이라는 안정적인 매출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까지 갈 가능성은 낮지만 KT의 지급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