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20년…`3대악재`에 최대위기
시장포화속 침체…비약적 성장하던 과거와 대조
무선이통상품에 종속·결합상품 논란 등도 원인
"기가인터넷으로 돌파구" 업계 설비 투자 확대
우리나라에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한지 올해로 20년째다. 1996년 첫 초고속인터넷 상용화 사업자인 두루넷이 설립된 이후 국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10년마다 속도가 10배씩 증가해 올해 1Gbps급 속도의 기가인터넷이 등장했다. 속도와 덩달아 국내 가입자도 1900만명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20년을 맞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시장 포화, 무선 이동통신 상품에 종속, 결합상품 논란 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이동통신 3사와 케이블TV 사업자로 구성된 초고속인터넷 업계가 미래 활로를 어떻게 찾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상용서비스 20년 만에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은 지난 1995년 구 정보통신부의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계획'에 따라 첫발을 내딛었다. 2015년까지 총 45조원을 들여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 설립됐다. 이후 초고속인터넷 대중화 가능성을 알아본 한국전력과 삼보컴퓨터 등이 합작해 '두루넷'을 1996년 설립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는 1998년 일반 가정의 케이블TV망을 활용해 2Mbps 속도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후 1999년에는 하나로통신이 비대칭디지털가입자망(ADSL)이라는 혁신기술을 앞세워 10Mbps급 초고속인터넷을 선보였고, KT가 사업에 뛰어들며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이들이 주도한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2002년, 4년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10년째인 지난 2006년부터 10배 빠른 100Mbps 경쟁이 시작되며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두루넷, 하나로텔레콤 등 기존 사업자 중심에서 통신 3사 위주로 급속히 시장이 재편됐다. KT, SK브로드밴드+SK텔레콤, LG유플러스, 케이블사업자(SO) 등 4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점유율은 4.2:2.5:1.6:1.7 순으로 거의 고정됐다.
이후 10년이 지난 2015년 초고속인터넷 속도은 1Gbps 기가급으로 오르며, 10배 빠른 기가인터넷이 상용화했다. 하지만 성장세가 뚜렷하던 과거와 달리 가입자 포화와 과도한 마케팅 경쟁 속에 오히려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1919만명이다. 2011년 1780만명 수준까지 오른 뒤 2014년 8월 1900만명을 넘어섰지만, 이후 좀처럼 가입자는 늘지 않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 역시 이통사들과 마찬가지로 포화 시장에서 가입자 빼앗기 경쟁을 하다 보니 가입자당 30만~40만원의 보조금을 뿌리며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동통신 중심의 통신시장에서 휴대전화 회선을 3개 이상만 결합하면, 초고속인터넷은 '공짜'가 돼 끼워팔기용으로 전락했다. 특히 케이블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이통사의 결합상품 판매가 보편화한 지난 2013년 이후 300억원 가량 적자(케이블 업계 총액)로 전환했다. 정부는 산업경쟁력을 보호하겠다며 과도한 결합상품에 대해 본격적인 규제 칼날을 들이댈 움직임이다. 하지만 정부 규제를 두고 가계통신비가 비싼 상황에서 소비자 혜택이 줄어든다며 반대하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사업자들은 기가인터넷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KT는 올해 초고속인터넷 유선망 투자를 늘리기로 하고,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 2조5141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약 7% 늘렸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며 가입자 확보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새로운 초고속 요금제와 상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케이블사업자도 기가인터넷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