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명분 혁신칼질 ‘황 DNA’ 비본업 부실에 왜 퍼붓나
이석채 인수 ‘엔써즈’…친정 삼성 통해 자금지원, KT 핵심인원 지원도
KT그룹의 전임 사령탑 중 한 명인 이석채 전 회장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등 임기 내내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는 ‘민영기업 KT가 정권의 시종 노릇’을 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게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임기 중 이뤄낸 성과 중 하나를 꼽자면 KT의 사업다각화다. 정보·통신 사업에 국한된 사업구조 때문에 가졌던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분야로까지 영향력을 넓히기로 결정하고 타 분야 기업의 인수합병에 힘을 쏟았던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의 의도와 그 효과에 대해서는 상당한 호평이 뒤따랐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이 행보마저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일부 계열사가 당초 의도와 달리 성과는커녕 손실 메우기에 급급한 실적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은 ‘낙하산 인사’라는 수식어를 몸소 입증이라도 하듯 정권교체 직후인 지난 2013년 초 KT 수장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삼성그룹 출신의 황창규 회장이 그 자리에 올랐다. KT의 새로운 총수인 황 회장은 이 전 회장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됐다. 민간 기업 출신의 이력은 물론 경영 스타일마저도 완전 딴판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덕분에 그룹 안팎에서는 ‘이 전 회장 체제하에 불거졌던 각종 부작용을 해소하고 KT의 재도약을 일궈낼 적임자’라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높게 일었다. 실제로 황 회장은 취임 이후 이 전 회장의 경영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그 중 대표적인 사안은 주력 사업인 통신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다각화를 노렸던 이 전 회장과는 정반대의 경영 행보를 내세운 것이다. 그 일환으로 실적이 부진하거나 주력 사업과 동떨어진 계열사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황 회장은 불도저 경영으로 정평이 난 인물답게 상당히 빠른 속도로 계획을 이행해 나갔다. 그런데 최근에는 황 회장이 보인 일련의 행보로 인해 그의 불도저 경영이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무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장점으로 꼽혔던 불도저 경영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불거져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황 회장이 이례적으로 부실이 장기화되고 있는 비주류 계열사에 대해 각종 퍼붓기식 지원을 단행하는 등 ‘집착에 가까운 애착’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카이데일리가 KT그룹의 수장인 황창규 회장의 최근 행보를 둘러싼 논란과 이에 대한 업계와 주변의 반응 등에 대해 취재했다. |
당시 KT는 엔써즈 인수에 대해 “국내 유능한 SW업체를 발굴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일환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T는 “엔써즈를 통해 점차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온라인 및 모바일에서의 동영상 콘텐츠 이용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드러냈다.
실제로 KT에 인수된 엔써즈는 지난해까지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이후 엔써즈의 실적을 보면 △2011년 매출액 32억원, 영업손실 8억원, 당기순손실 14억원△2012년 매출액 46억원, 영업손실 22억원, 당기순손실 49억원 △2013년 매출액 57억원, 영업손실 35억원, 당기순손실 50억원 △2014년 매출액 26억원, 영업손실 57억원, 당기순손실 46억원 등이었다.
엔써즈가 2011년 12월 KT에 인수된 점을 감안했을 때, 오히려 KT에 인수된 이후 적자폭이 더욱 큰 규모로 증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재계와 증권가 일각에서는 “KT의 엔써즈 인수가 허울뿐이며 오히려 회장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결정이었다는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처럼 엔써즈의 상황이 연일 최악으로 치달으며 주변의 우려가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에 대한 황창규 회장의 조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취임 이후 주력 사업 강화를 이유로 비주류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도 엔써즈 만큼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퍼붓기’에 가까운 지원을 단행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DNA를 이식하기 위해 KT에 투입된 황 회장이 삼성의 자금까지 이식한 격 아니냐”며 “친정기업의 손을 빌리면서까지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배경이 궁금할 따름이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