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대박이 아닌 꼼수인 이유 |
‘통화량’이 ‘데이터’보다 월등히 많아야 혜택… 통신비인하 1조600억 뻥튀기, 인기채널 빠진 IPTV가 혜택? |
“그래서 핸드폰 요금이 얼마나 싸지는거야?”
최근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동통신 3사가 잇달아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발표한 이후부터다. 많은 이용자들은 통신비 인하가 이뤄진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있다. 정부여당이 이용자들의 기대심리를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9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이동통신의 새 역사 연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지난 19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 당정협의를 발표하면서 “새누리당이 공약한 가계통신비 부담경감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도입되면서 전보다 이용자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 ‘얼마나’ 혜택이 되는지는 꼼꼼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 미래창조과학부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보도자료. | ||
최저가 요금제? 300MB로 한 달 살 자신 있다면
정부는 ‘2만 원대’ 저가 요금제가 탄생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2만 원대 요금제는 없다. 통신3사의 2만9900원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금액이다. 부가가치세를 더하면 월 3만2890원이 된다.
그래도 싸다. 하지만 ‘데이터’를 주로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최저가 요금제는 적합하지 않다. 통신3사의 최저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데이터 용량은 300MB 뿐이다. 월 이용 데이터량이 300MB을 넘어서면 1MB당 20원 가량의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 실수로 와이파이를 켜지 않고 드라마를 시청한다면 적지 않은 추가요금을 내야 한다.
최저가 요금제의 혜택 대상은 데이터 이용량보다 통화량이 월등히 많을 경우다. 참여연대는 지난 19일 발표한 데이터중심 요금제 총평에서 “음성과 문자를 많이 쓰는 계층의 시민들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음성이나 문자의 사용량이 많지 않은 시민들에겐 오히려 주의가 필요하고, 심지어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이용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중저가 요금제에서는 요금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미래부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미래부 발표를 보면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음성통화가 많아 비싼 요금을 내던 영업사원, 대리기사, 콜센터개인상담원, 주부 및 중장년층 등이 혜택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달리 말하면 이들 직업군 외에는 최저가 요금제를 통해 혜택을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 통신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 ||
대리기사, 콜센터 상담원은 정말 혜택이 있을까?
엄밀히 따져보면 미래부가 언급한 혜택 대상 직업군 마저도 큰 혜택을 보기 힘들다. 영업사원과 대리기사의 월 데이터 이용량이 300MB이하라고 보는 건 억측이다. 최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리기사 영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다른 데이터를 쓰지 않고 업무만 하더라도 월 데이터사용량 300MB를 넘기기 쉽다. 중장년층의 데이터 사용량이 300MB이하라고 단정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기사를 보는 중장년층도 많다. 스마트폰 사용이 서툴 경우 데이터를 초과사용해 적지 않은 추가요금을 낼 우려도 있다.
KT의 경우 업무 목적으로 통화를 자주해야 하는 직업군은 더 많은 요금을 낼 수도 있다. KT는 최저가 요금제 이용자 중 상업적인 목적의 통화라고 판단되면 통화량에 비례해 요금을 부과한다. 음성통화 수신처가 월 1000회선을 넘을 경우, 월 음성통화량이 6000분을 넘을 경우 등이 해당된다. 통화가 무료라고 해서 유선과 무선이 모두 무료인 것도 아니다. 최저가 요금제 기준 SK텔레콤이 유선과 무선 모두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무선만 무제한이라는 차이도 있다.
3GB 데이터 요금제가 없는 까닭
미래부에 따르면 가입자당 월평균 데이터 이용량은 2.25GB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이용자의 이용패턴이 데이터 위주로 변화하면서 만들어진 정책이다. 따라서 2GB~3GB요금제가 주축을 이뤄야 한다. 통신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살펴보면 해당 구간의 요금제를 찾기 힘들다. LG유플러스와 KT는 2GB요금제가 있으며 SK텔레콤은 2.2GB요금제가 있다. 이용자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에 못 미친다. 그 다음 단계 요금제는 어떻게 될까. KT와 LG유플러스는 바로 6GB요금제로 건너 뛴다. SK텔레콤은 그나마 낫다. 3.5G요금제가 있다. 물론, SK텔레콤 역시 4GB나 5GB요금제가 없이 바로 6.5GB로 건너 뛴다.
통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월별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은 들쭉날쭉하다고 한다. 평균이 2GB여도 실상은 더 많이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측면에서 3GB~5GB모델을 찾기 힘든 까닭은 상술일 가능성이 크다. 이해관 통신공공성시민포럼 대표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간의 선택지가 많아야 하지만, 이를 차단했다”면서 “데이터를 제대로 쓰려면 6GB요금제를 택해야 한다. 사실상 바가지 씌우기”라고 지적했다.
▲ ▲ 서울시내의 한 통신대리점. ©연합뉴스 | ||
울며 겨자먹기로 6GB상품 선택해보니
6GB대 요금제 상품은 5만원 대 중반으로 통신3사가 대동소이하다. SK텔레콤은 6.5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의 가격이 부가세 포함 5만6100원이다. KT와 LG유플러스의 6GB 요금제는 부가세 포함 5만4890원이다. 액면가만 놓고보면 유사한 스펙의 기존요금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싸다. SK텔레콤 기준 음성 무제한, 데이터5GB의 기존 요금제 가격은 부가세 포함 7만5900원이다. 데이터중심 요금제가 2만원 가량 저렴해 보인다.
그러나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는 약정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SK텔레콤의 기존 5GB상품은 24개월 약정 기준 17500원 요금할인이 적용된다. 따라서 해당 구간 기존 요즘제의 실납부액은 58400원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 비교해 차이가 미미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0일 발표한 성명에서 “실제 유사요금제를 사용하던 소비자가 납부하던 요금과 비교했을 때, 실 납부액 차이는 약 2,000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인기 콘텐츠 빼놓고선 “IPTV 무료”
“2만원대 최저 요금제부터 실시간 채널 60여개를 시청할 수 있는 <Btv 모바일> 혜택”
SK텔레콤은 다른 통신사와 달리 최저가 요금제에도 모바일 IPTV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최저가 요금제에 제공되는 채널은 60여개, 5만원대 이상의 요금제에 제공되는 채널은 80여개다. 요금제에 따라 제공여부가 결정되는 채널 20여개는 다름 아닌 ‘지상파’와 ‘CJ E&M’계열의 채널이다. SK텔레콤의 최저가 요금제에는 지상파와 CJ계열의 채널이 없다는 이야기다. 2014년 시청점유율 조사결과를 보면 지상파와 지상파계열PP의 점유율은 66%, CJ계열은 9%로 합이 73%다. 전체 시청점유율의 73%를 차지하는 콘텐츠를 볼 수 없는 ‘앙꼬’없는 ‘찐빵’같은 부가서비스다.
KT도 SK텔레콤을 뒤쫓았다. 지난 20일 KT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PPT 자료에 돌연 최저가 요금제에도 자사 모바일IPTV를 부가서비스 혜택에 집어넣은 것이다.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지상파와 CJ계열 채널이 빠진 서비스였다. KT관계자는 “원래 홈페이지 회원가입만 해도 지상파와 CJ계열 콘텐츠를 제외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이를 혜택이라 보기 힘들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우리는 따로 혜택이라고 쓰지 않았다. 그런데 SK텔레콤에서 혜택이라고 집어넣었더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통신비 절감효과가 1조600억?
미래창조과학부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효과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통신비 절감효과를 창조하기도 했다. 미래부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에 따라 가계 통신비가 1조600억 원 가량 절감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부의 추산은 현실적이지 않다. 미래부는 음성 위주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통신비 절감액만 7000억 원이라고 계산했다. 이는 기존 음성무제한 요금 가입자들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 최저가 요금제로 옮겨간다는 가정 하에 이뤄진 계산이다. 5만 원대의 기존 음성 무제한 요금제에서 3만원 초반의 가격에 음성을 무제한으로 사용하게 되니 1인당 2만원 가량의 통신비가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최저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300MB 뿐이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옮겨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논란이 되자 미래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음성통화량이 많은 가입자들 중 데이터 사용량이 300MB 이하인 가입자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29,900원)에 가입하여 요금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단, 실제 가입자들의 요금제 변경 여부, 사용량 변화 등에 따라 실제 요금 절감액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문제점을 인정했다.
이해관 대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의의는 이용자들이 문자, 음성, 데이터 모두를 따져 요금제를 가입했던 기존의 상황에서 데이터 사용량에 특화된 요금제를 추가했다는 의의가 있다”면서 “이는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지, 대대적인 통신비 인하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