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인센티브 없애고 부서원 모두 해외여행
우아한형제들 사무실 입구에 2013년 직원들이 ‘2014년 말까지 이런 회사 만들자’며 작성한 ‘버킷리스트’가 붙어 있다. 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달의 민족’ 영업실적 인센티브 폐지
“늘 스트라이크 넣을 수 없겠지요
진심으로 공 던지는 건 알아요”
“늘 스트라이크 넣을 수 없겠지요
진심으로 공 던지는 건 알아요”
다른 업무에 비해 영업직은 숫자로 실적을 평가하기가 쉽다. 그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하는 것도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3월 영업본부에서 활용하던 인센티브 제도를 폐지했다. 이전에는 다른 기업처럼 가맹업소 계약 건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전체 직원 201명 가운데 25%가량이 영업본부에 소속돼 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경제적 인센티브는 동기 부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제도 폐지를 고민해왔다. 가맹업소 숫자를 늘리기보다 이미 인연을 맺은 업소들과의 관계 유지가 중요해진 시기이기도 했다. 우려와 고심 끝에 인센티브제를 없앤 뒤, 회사엔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들었다.
실적에 매달리지 않으니 구성원들 사이에 서로를 돌보는 여유가 생겼다. 인센티브제 폐지 이후 지난해 말까지 회사를 나간 영업직 직원은 50명 중 1명이었다. 반면, 인센티브제가 시행되던 2013년 한해 동안 퇴사한 직원은 36명 중 3명이다. 2014년 영업 목표치도 달성했다. 영업본부는 실적이 좋은 이들에게만 주려고 책정해 둔 예산으로 본부 전체 구성원이 함께 동남아 세부로 플레이숍(우아한형제들이 ‘워크숍’ 반대말로 쓰는 용어. 그야말로 ‘놀러 간다’는 의미)을 떠났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 페이스북을 통해 인센티브제 폐지 이후의 변화를 설명하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언젠가 책에서 본 글이에요. ‘어떤 투수도 마운드에 올라서 일부러 볼을 던지지 않는다.’ 현장 영업직은 하루에도 수없이 마운드에 올라갈 테죠. 매일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는 없겠지만 진심으로 공을 던진다는 건 알고 있어요.”
우아한형제들에도 피플팀이 있다. 김나영 피플팀 선임은 “2012년 회사 설립 뒤 대표이사가 혼자 하던 일을 팀으로 구성한 것”이라며 “구성원 개인 성향을 파악하고, 옆자리 동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성과 평가를 하지 않는다. 앞으로 도입할 계획도 없다. 사람을 숫자로 평가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협력을 강화해 ‘집단 지성’이 만들어내는 열매를 얻으려면 부단한 소통과 시간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 성호경 우아한형제들 홍보팀장은 “인센티브 없는 영업조직 같은 기업 문화가 자리잡으려면 직원들이 이런 철학에 공감하고 계속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