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가 ‘요금 전쟁 중’인데 ‘생색’을 왜 미래부가 내나? | ||||||||||||
[미래부에 보내는 공개질의서] 쓸 수 있는 카드, 정말 다 쓰셨습니까? | ||||||||||||
| ||||||||||||
통신요금 토론회에 이동통신사를 섭외할 필요는 없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언제나 이통사 주장을 가감 없이 전달하면서 사정을 고려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8일 국회 토론회도 그랬다. 류제명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사업자들의 속사정과 정부 규제의 한계를 자세히 설명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사업자들이 요금전쟁을 시작했으니 지켜봐 달라”는 것이다. 그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고 했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미래부에 공개질의서를 보낸다. /편집자주 1. 이통사가 요금전쟁 중이다?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기 전 수십 차례 계산기를 두드려보며 수지 타산을 따져봤을, 이동통신사들이 우는 시늉을 한다. KT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출혈을 각오했다”고 말했다. 미래부 류제명 과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K텔레콤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심사할 당시) LG유플러스에서 항의를 받았다. ‘우리에게는 약탈적 행위’라고 했다”고 전했다. 류제명 과장은 사업자들이 ‘요금전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KT가 불을 지피고, LG와 SK가 따라왔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소비행태가 데이터로 이동하는 흐름을 반영한다. 미래부에 따르면, 이동통신 트래픽의 99%는 데이터가 차지한다. 데이터 요금과 함께 무제한 요금제의 가격대를 낮췄다는 점은 이동통신요금 인하에 분명 기여한다. 소비자단체와 정치권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대목이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전국에 플래카드까지 써 붙였다. 이동통신사들은 이용자들이 평균 4천~5천원을 아낄 수 있다고 홍보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요금제로 옮긴 이용자는 한 달 동안 백만명뿐이다. 약정기간 탓에 갈아타지 못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절찬리 판매 중’은 아니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사업자들이 요금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면 미래부는 왜 ‘전체 가입자 요금인하’를 유도하지 않고, 일부 이용자만 이득을 보는 ‘요금제 출시’를 유도했을까. 2. 요금폭탄 규제할 장치 있다? 더 쓰면 더 내는 게 합리적이다. 류제명 과장 말대로 스마트폰은 더 이상 ‘휴대전화’가 아니라 ‘컴퓨터’다. 기능이 추가되고 편리한 만큼 비용은 더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도 원가를 모른다. 이용자들이 아는 사실은 단말기유통법 시행 뒤 올해 1분기 이통3사의 영업이익이 최소 36%(LG유플러스)에서 최대 130%(KT) 올랐고 이들이 석 달 간 87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이동통신사는 가입자에게 4G를 강제했다. ‘버스폰’을 앞세워 가입자를 LTE와 고가 요금제에 태운 사업자들이다. 3G로 이용할 수 없는 모바일 서비스가 많다. LTE가 아니면 모바일IPTV는 의미가 없고, 유튜브는 3G에서 버벅대기 일쑤다. 데이터가 항상 부족한 상황은 사업자가 환영하는 시나리오다. 단통법 시행 뒤 공짜폰이 없어지면서 이용자들은 자발적 ‘아나바다’ 중이고, 데이터를 구매해 쓰고 있다. 데이터 트래픽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통사들은 늘어나는 트래픽 때문에 비용이 만만찮다고 군불을 때고 있다. 요금 인상 가능성이 크다. 류제명 과장은 미국의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데이터 요금을 2만원 가량 인상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요금을 규제할 유일한 수단인 요금인가제를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인가제를 폐지한다면, 이동통신사발 요금폭탄을 규제할 장치가 있나 없나. 미래부가 가장 답을 잘 알 것이다. 3. 한 번쯤은 독과점을 깨야 하지 않나 제아무리 독과점 사업자들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움직이면 떤다. 스마트폰 하나에 온갖 수익구조를 쌓아올리고, 배(이동통신)보다 배꼽(부가서비스)이 더 큰 영업환경을 만드는 중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사업자들은 제4이동통신을 벌써부터 견제하고, 정부와 밀당 중이다. 5G에 OTT(Over The Top), 사물인터넷까지 분명 지금까지 벌어들인 것보다 앞으로 벌어들일 게 더 많다. '정부가 보장해주는 독점 시장'이라 불리는 이통 사업이다. 사업자들은 늘 신난다. 최양희 장관은 “통신을 기본권”으로 인식하고, “소비자의 기본권이 제대로 행사되는지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미래부는 이미 “법적 테두리 안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고 말한다. 기본권 보장에 있어 카드가 없다는 말은 성립되지도 온당치도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정책수단은 무수히 남아 있다. 단적으로, 요금인가제를 강화할 수 있다. 물론, 하지 않는다. 제4이동통신도 ‘출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사업자를 섭외 중이다. 류제명 과장은 “제4이통을 (정책) 패키지를 넣은 이유는 경쟁을 유도하고, 3사의 담합으로 생기는 초과이윤을 없애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어지간한 비대칭 규제로는 지금 5대3대2 구조를 깨지 못한다. 제 4이통의 핵심은 거기에 달렸다. 십수년 넘게 유지되어 온 독과점 구조를 깰 수 있는 화끈한 지원책이 나올 것이냐의 여부다. 프랑스는 제4이통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그 결과 통신요금이 크게 내려갔다. 미래부는 밍기적대지 말고 말해야 한다. 제4이통, 어떻게 만들 것인가. 4. 미래부는 펀드매니저가 아니다 류제명 과장은 “최근 모건 스탠리 투자자를 만났다”며 “(그가) 단말기유통법 시행, 요금 20% 할인제,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알뜰폰과 제4이통 정책, 인가제 폐지 논의 등 한국시장이 격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시장지표를 네거티브하게 평가했다. 투자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책 설명을 듣고야) 투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류제명 과장은 “이통사의 무선매출이 2014년 4분기부터 하락 추세고, 무선ARPU 또한 올해 1분기 처음으로 감소했고, 2010년을 정점으로 영업이익도 지속적으로 감소 중”인 반면 “마케팅비와 설비투자는 줄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 이통사의 현금창출능력은 바닥이고, 이통3사의 영업이익률 6.7%는 다른 산업이나 IT기업들에 비해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시장개입에 의한 통신요금 인하보다는 시장구조와 소비자 행태변화를 이끌 수 있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시장구조는 독과점이고, 소비자 행태는 데이터 소비로 변화 중이다. 사업자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접근’을 끝냈는데, 미래부 관료가 투자자를 만나 투자의 불확실성을 해소시키고, 언론에 사업자 속사정을 설명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행태를 보이니 미래부가 이통사들의 ‘대리인’이냐는 비판을 받는 건 아닐까.
5. 마지막으로 삼성을 규제할 의지 있나? 정치권은 ‘요금정치’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등 야당은 한술 더 떠 기본요금을 폐지해 요금을 더 내리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삼성 로비로 무산된 단말기유통법 내 ‘분리공시제’를 재추진해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고, 이통사 와이파이를 전면개방하면서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공공와이파이를 구축해 이용자 부담을 줄이자는 입장이다. 알뜰폰에 대한 제도 지원 확대도 요구 중이다. 새누리당도 새정치민주연합도 충분히 밀어붙일 수 있는 카드다. 단 하나, 분리공시제도만 예외다. 삼성전자를 상대로 단통법 협상을 벌였던 윤종록 전 미래부 제2차관은 2013년 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출석해 “S사도 그동안에 단말기를 보급을 하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사실 우리 국민들이 앞에 방패막이가 됐고 또 실험실의 마루타가 됐다”고 했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이 판매장려금을 고려해 출고가를 책정한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대량계약의 경우, 제조사-이통사 간 거래가는 20만원대에 불과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실의 김중현 비서관은 “제조사와 이통사의 거래관계를 들여다보면 충분히 출고가 인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미래부는 출고가 인하를 사업자에게 맡겨두고 있다. 요금인하 정책의 화룡정점은 결국 제조사 통제이고, 그 수단은 분리공시제의 도입이다. 미래부는 삼성을 압박해 해당 정책을 관철할 의지가 있나 없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