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KT가 사내 내부감찰업무 책임자의 격을 부회장에서 상무로 낮춰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업계 따르면 KT는 이달 초 조직개편을 통해 윤리경영실을 해체하고 해당 업무를 법무센터와 윤리경영센터로 분리했다. 법무센터장은 그동안 법무 분야를 총괄하던 남상봉 전무가, 윤리경영센터장은 정준수 상무가 각각 임명됐다.
남 전무는 서울북부지검, 인천지검 등을 거치며 20여년간 검사 생활을 해온 인물로 지난 2013년 KT에 영입됐다. 정 상무는 인재경영실, 홍보실, 제주고객본부장, 충북고객본부장을 지낸 KT 내부 인사다.
또 이번 조직개편으로 윤리경영센터는 비서실로 소속이 바뀌었다. 윤리경영실은 그동안 회장 직속이었다. 박정태 윤리경영실장(부사장)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퇴사했다.
윤리경영실은 회사내 비리를 감찰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정부로 따지면 감사원이나 마찬가지다.
주목할 만한 점은 KT의 감찰 조직이 최근 몇년 새 부침이 심했다는 것이다.
전임 이석채 회장은 2013년 인사에서 윤리경영실을 윤리경영부문으로 격상시켰다. 당시 정성복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 윤리경영부문장에 임명됐다. 정 부회장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출신으로 2009년 KT에 영입된 이후로 윤리경영 업무를 맡아왔다. 정 부회장은 황 회장이 취임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황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14년 인사에서 윤리경영부문을 윤리경영실로 격을 낮추고 박정태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번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는 윤리경영 조직이 부사장급에서 다시 상무급으로 다시 낮아졌다. 부회장급에서 상무급까지 격이 크게 떨어진 셈이다.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부회장 조직이 상무 조직으로 바뀌면서 감찰 업무가 약해질 수 있다"며 "상무가 자기 보다 직급이 높은 사장, 부사장, 전무의 비리를 제대로 적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KT측은 "전임 회장이 검사 출신을 영입해 강력한 내부 비리 척결에 관심을 두었다면 황 회장은 경영진단을 통해 불필요한 프로세스를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며 "윤리경영에 대한 이 전 회장과 황 회장의 시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KT는 또 "윤리경영 업무가 그룹 전반을 총괄하는 비서실로 이관되면서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