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보도
케이티(KT) 노조가 조직적으로 정치후원금을 거둬 유관 상임위원회 국회의원들에게 제공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한겨레21>이 20일 보도했다. 케이티는 노조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해명하지만 회사 쪽도 이에 동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21>이 입수한 2010년 정치후원금 모금 목록을 보면, 케이티 강북지방본부 소속 직원 400명이 한사람당 10만원씩 모두 4000만원을 모아 국회의원 정치후원금으로 제공한 것으로 돼 있다. 명단에는 노조 조합원뿐 아니라 케이티 강북본부 소속의 전무·상무·팀장 등 회사 간부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한겨레21>은 정치후원금을 낸 이들이 “회사와 노조의 지시에 따라 어떤 국회의원을 후원하는지 모른 채 수석팀장이나 노조 지부장에게 현금으로 10만원을 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회사의 묵인 또는 동조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치자금범 33조는 “누구든지 업무·고용, 그밖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돼 있어, 조직적 모금이나 지시를 통한 정치후원금 기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겨레21>은 또 케이티노조 부산지방본부가 작성한 공문 등을 토대로 2009년에도 조직적인 정치후원금 모금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케이티노조 부산지방본부가 2009년 9월 작성한 ‘케이티 노동조합 정책관련 정치세력화 추진’이란 공문은 “민주노총 탈퇴로 인하여 케이티 노동조합의 정당정치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조합의 위상제고와 정책교섭 증대 및 통신 규제정책 및 입법 과정 속에서 조합원의 고용안정에 대한 대외활동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후원금 모금 계획을 상세히 밝혔다. 이 문서는 또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무·법사위 소속 유관 국회의원 50명을 후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김구현 케이티 노조 위원장은 20일 “강북본부 노조 차원에서 연말 세금공제 혜택을 노려 자발적으로 진행한 것일 뿐 본부 차원의 지시나 강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조합의 후원금 납부자 명단에 임원들이 올라 있는 것은 해당 지부 차원에서 진행된 일에 권유받아 참여한 수준일 것”이라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