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10여 년간 수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쳐 3만 여 명의 노동자를 해고해왔다. 이면에 본사의 직원퇴출 프로그램(CP, C-Player : 부진인력관리 프로그램)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불거진 바 있다.
최근 KT는 계열사인 케이티스(KTis)와 케이티씨에스(KTcs)로의 이직을 조건으로 본사에서 명예퇴직 시켰던 노동자들에게 재차 희망퇴직을 종용하는 일이 벌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 8월 18일 광화문 KT건물 앞에서 "KT계열사 케이티스와 케이티씨에스의 위장된 정리해고 철회" 기자회견이 열렸다ⓒ권순택 |
2008년 KT는 고충처리 업무(VOC)를 분사하면서 정규직 직원 500여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KT는 500여 명에 대해 자회사인 (주)케이티스와 (주)케이티씨에스에서 △3년간 고용보장, △이전 급여 70% 지급, △새로운 인센티브 제공, △추후 지속적인 고용 보장 등을 약속하며 본사의 명예퇴직에 응하도록 했다.
지난 2011년 6월, KT가 분사했던 고충처리업무(VOC)를 다시 본사에 귀속한다고 밝혀 논란이 촉발됐다. 케이티스와 케이티씨에스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노동자들은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명예퇴직을 종용, 불응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직원퇴출 프로그램과 같이 ‘원거리 발령’, ‘쉬는 시간 축소’, ‘교육 뺑뺑이’, ‘재택근무’ 등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노동자들은 KT가 해고를 목적으로 2008년 고충처리 업무를 계열사로 분사했다가 계약기간이 다 끝나가는 시점에 재차 귀속키로 한 것이 아니냐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모든 논란은 2008년 KT의 민영화 조치에서 비롯됐다.
이와 관련해 해고위기에 몰린 노동자들은 18일 광화문 KT 건물 앞에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지원대책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KT계열사의 위장된 정리해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에서 권영국 변호사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간 기간제로 일해 왔던 KT계열사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KT는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게 되자 고충처리업무(VOC)를 회수하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그것도 모자라 KT는 해고에 불응한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어용노조를 만들어 허위 단체교섭을 체결하고, 노동자들에게는 원거리 발령을 내리거나 쉬는 시간을 없애고 재택근무, 교육 뺑뺑이를 돌려 고용불안을 야기해 ‘니 발로 걸어 나가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KT하면 친절한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지만 내막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회사로 강제 전직 시키고 기간이 지나고 나니 해고를 강요하는 곳”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주주들에게 6000억 원 가까운 이익 배당을 할 정도라면 그 이익을 창출한 노동자들을 최소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고용을 안정시켜 공생의 길로 가야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끝으로 권영국 변호사는 “KT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기업이 미래에서도 살아남는 수 있다는 걸 직시해야할 것”이라며 “위장된 정리해고 중단하고 노동자가 만든 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는 “오늘날 KT 자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의 고통은 KT 민영화로부터 비롯됐다”면서 “투기자본에게 이윤을 가져다주는 한편 올해만 해도 KT노동자 10여 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KT의 공유화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진억 희망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석채 사장이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혹은 방송통신위원장 자리를 노린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KT사태 해결없이)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했다.